◎「제2고향」떠나 자치주정착 제약 많아/정부,협조요청-민족학교지원 바람직 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방문을 계기로 구소련시절 중앙아시아등에 강제이주된 한인교포에 대한 법적지위문제등이 관심사로 떠오르고있다.
특히 김대통령과 옐친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인교포의 권익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사실은 교포들에게 적지 않은 희망을 주고 있다 할 수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스탈린시절의 강제이주 행위가 명백한 잘못임을 인정하고 이들의 법적지위를 충분히 보장하며 러시아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같은 입장은 지난해 초 러시아의 구최고회의(의회)에서 통과된 「재러시아한인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서도 확실하게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한인들만을 특별히 우대하거나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해줄 만한 여유는 현실적으로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타지크등 중앙아시아 일부공화국에서는 내전때문에 엄청난 난민들이 발생했고 이들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거주해 정착한 한인들 중 일부도 이들 난민속에 포함돼 있으며 다른 난민들처럼 고초를 겪고 있다.
러시아는 이들 난민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각국에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각국의 국적과 러시아의 국적을 동시에 가질 경우 난민들이 내전등이 끝나면 다시 본래의 거주지로 돌아갈 수도 있으며 러시아도 자국국적을 취득한 난민들을 법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각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이미 지난 37년께 각지에 정착해 생활의 터전을 닦아왔기 때문에 될수 있는 한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연해주등으로의 거주이전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현재 더이상 소수민족의 자치공화국이나 자치주등을 허용할 수 없는데다 한인들이 연해주에 집단거주할 경우 기존의 러시아인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연해주와 하바로프스크당국은 연방정부에 한인들의 집단적이 아닌 개별적인 귀환은 허용할 방침이라고 통보해 집단이주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밝힌 바 있다. 일부서는 나홋카경제특구에 건설될 예정인 한국공단에 한인들을 고용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으나 러시아측은 자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키 위해 배타적인 고용정책은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재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각국 한인 문제는 이들이 현거주지에서 동등한 자격과 지위를 누리면서 생활터전을 굳건히 마련할 수 있도록 러시아등 각국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정부차원에서 민족적 뿌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민족학교등을 육성하는 등 간접적 지원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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