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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기권 유도” 제재안 강도 고심/북핵 안보리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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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기권 유도” 제재안 강도 고심/북핵 안보리 움직임

입력
199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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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초안”에 “또 엄포” 반론/한미일협의·「군사일정」도 감안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경제제재가 곧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는 3일하오(현지시간) 비공개회의에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직접 불러 IAEA의 북한핵 사찰에 대한 종합평가를 들을 예정이다. 따라서 블릭스총장의 보고이후부터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결의를 중점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안보리에서 북한핵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부트로스 갈리유엔사무총장이 받은 블릭스 IAEA사무총장의 서한이 안보리이사국에 배포되었을 뿐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북한제재가 논의될지는 예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 서두는 분위기로 보아 제재결의안 토의가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대북제재결의안 토의는 미국의 프로그램에 달려있다.

 유엔주변에서는 안보리의 구체적인 제재논의는 내주부터나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 이해당사국인 한일 핵관계자들과의 협의가 3일과 4일 워싱턴에서 있기 때문이다. 김삼훈핵전담대사가 급거 워싱턴을 방문하여 갈루치 미핵전담대사를 만난 것은 북한제재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이 모임이 있고난 후에야 미국은 안보리이사국들과 개별적인 협의에 들어가고 안보리에서도 활발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자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제재방안은 대북 무기금수와 재일조총련의 대북송금 금지조치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밖의 가능한 제재방법으로 국제기구 회원권중지, 기술원조중단, 비민간항공기의 운항금지를 비롯해 석유를 포함한 전면적인 금수조치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은 현재로서는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국가들의 구상일 뿐이다. 안보리의 토의가 순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제재를 반대해온 중국의 입장이 변화됐다는 뚜렷한 징후는 없다. 2일 유엔 외교 소식통들은 현재로서 중국은 북한제재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게다가 러시아도 김영삼대통령의 모스크바방문에 맞춰 다시 국제회의(8자회담)를 제의하고 나서는등 안보리 의견조정에 다소 혼선이 일고 있다. 중국뿐아니라 비동맹 비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따라서 미국 영국 프랑스가 자기들이 의도하는대로 전광석화처럼 결의안을 처리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제재결의안을 관철시키는데 중국의 동조는 필수적이다. 서방측전략은 중국의 찬성을 거의 끌어낼 수 없는만큼 최소한 기권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리의 의사결정방식은 전통적으로 5대상임이사국들이 밀실협의를 통해 거의 이루어진다. 유엔주변에서는 미국등 서방이 중국에 부담을 주지 않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제재결의안초안을 만들 것이란 소문이 돌고있다. 그러나 효과도 없는 제재결의안을 만들어 다시 한번 미국의 허약한 면을 보일 것이냐는 대목에서 이같은 방법론에 회의를 던지는 관측도 있다.

 북한제재문제가 본격화되면 중국도 딜레마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함께 안정등 2개의 당면 목표를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리제재논의는 한반도안정과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내놓을 뾰족한 대안도 없는 것같다. 중국이 북한을 의식, 북한에 대한 경고결의안으로 시간을 벌고 싶어할지 모르나 제재결의안에 대한 동참이 보장 안된 임시조치에 미국이 만족할 리가 없다.

 한편 제재 결의안채택에는 군사적인 조치에 필요한 시간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게 미국의 계산이다. 북한이 경제제재를 전쟁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미국은 이에 대비한 군사적 조치가 끝난 후에야 제재결의안을 처리할 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유엔=김수종특파원】

◎북핵 워싱턴의 대응/“북핵제재는 수단… 내용은 단호”/“대화해결 위한 불가피조치” 강조/동맹국 협의·대중접촉 정지작업

 미국무부는 2일하오(현지시간) 북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넘겨지게 됨에 따라 북한과의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계획을 공식취소하는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안전의 연속성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 기회를 상실하게 됨으로써 이른바 북한과의 대화지속을 위한 토대가 무너졌다는 미국의 현실인식이 즉각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북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목표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줄곧 추구해온 이유역시 북한의 핵보유를 막아 궁극적으로 여타 지역으로의 핵확산을 방지하자는데 있었다.

 3단계회담은 이같은 미국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이 원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커다란 외교시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장이 서기도 전에 객주와의 사전흥정이 깨지는 상황을 만나게됐다. 북한이 핵개발계획을 포기하는 대가로 준비했던 경제·외교적 보상이 곧바로 경제·외교적 제재로 뒤바뀌는 역설적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요컨대 미국정부는 3단계회담 취소를 결정하는 시점과 때맞춰 북한의 핵무기보유 의욕이 확고하다는 점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무부가  이날 북핵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와 관련해 내놓은 논평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단호하면서 동시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미국의 상황인식을 읽을 수 있다.

 미국무부는 『유엔안보리가 최우선적으로 해야될 일은 핵사찰의무에 도전하는 북한의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라며 『만일 대북 제재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진다면 이것은 단순히 상징적인 것이 아니길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무부는 이와함께 『대북제재는 그 자체가 끝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임을 밝혀 두고자 한다』며 『우리는 유엔에서 토의될 제재의 내용이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북핵분쟁의 해결을 위해 여전히 한손에는 채찍을, 다른 한손에는 당근을 쥐고 있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논리는 상실된 대화의 기초를 다시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되 그 형식과 내용만큼은 확고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있다. 때문에 유엔제재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미국은 제재의 시기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미 관련동맹국들과의 협의에 착수하고 있다.

 갈루치 핵전담대사는 3일상오 한국정부에서 급파된 김삼훈 핵대사와 먼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이 한국정부와 대북제재의 구체적 수순을 협의 한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김대사는 이날 주로 미국측의 의견을 청취하는 입장이었으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노력이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또 4일 일본 외무부의 아주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일 3국간 대책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자리에서는 북한의 외화유입선을 차단하는 문제와 일본해상로에 대한 감시 규제를 강화하는 문제등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북제재 수순 돌입과 관련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일이지만 크게 우려하는 눈치는 아닌 것같다.

 국무부가 이날 『제재결의안의 표결처리와 관련해 중국의 협력을 기대한다』는 대목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정황을 내비치고 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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