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부가 우루과이 라운드(UR)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쌀경쟁력제고 대책은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농어촌구조개선 10개년계획, 제4차 5개년계획등 6공말기와 현 문민정권 출범초기에 발표했던 묵은 장기계획을 편집만 다시 하여 내놓은 것이다. 쌀 경쟁력 제고대책은 UR 농어촌대책중 핵심이다. 우리농업이 내년부터 발효되는 UR협정에 맞서 살아 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쌀 농사의 경쟁력 배양에 달려있다. 수입 쌀에 대해서 우리 쌀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쌀 농사를 주축으로 하는 우리농업은 붕괴된다. 농업이 무너지면 농민도 설 땅을 잃게되는 것이며 농촌은 도시화되거나 방치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은 UR협정이 타결되자마자 UR 농어업대책의 재원을 추가로 조성하기 위해 비농어업분야에서 10년간 15조의 농업특별세를 조달하도록 했다. UR농어업대책이 그만큼 시급하고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국민차원에서 수용되어가고 있다고 하겠다.
UR 농어업대책중 쌀 대책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것은 정부부처 가운데서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가 가장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림수산부가 발표한 쌀 경쟁력제고 대책안은 주무부처로서의 자세를 의심케 한다.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면 능력의 부족 내지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아니면 농림수산부가 지쳐있는 것 같다.
우리는 농림수산부가 지난해말 UR협정타결이후 장·차관 2명을 비롯하여 차관보·국장·과장·사무관등 관련공무원들이 퇴임·전보·견책등의 수난을 겪어왔다는 것은 잘 알고있다. 사기가 침체되고 의욕이 떨어졌으리라는 것은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직분에 충실했어야 했다. UR타결이후 약 6개월만에 만들어낸 쌀 경쟁력제고 대책에는 농림수산부의 땀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 새로운 수치도 없다.
한 예로 쌀 경쟁력제고 대책중 핵심방안의 하나는 경지정리·경지규모확대·영농의 기계화다. 농림수산대책에 따르면 2001년도까지 벼농사는 호당면적 5㏊정도의 전업농등 규모화된 경영체가 63만㏊(경지의 65%)를 담당하고 3㏊미만(평균 1㏊)의 경영체가 33만8천㏊(35%)를 담당토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5㏊정도의 전업농 10만호를 육성하고 20㏊이상의 영농법인 2천개소, 50㏊이상의 농산법인 2천개소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2001년은 불과 7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현재 5㏊는 고사하고 3㏊이상농가가 겨우 3만여호다. 그 짧은 기간에 무슨 수로 5㏊이상농가를 10만호로 늘리겠다는 것인가. 이 계획조차 새로운 계획이 아니다. 농림수산부의 쌀 경쟁력제고 대책은 현실성있게 전면 재검토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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