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제재」 가담국 부담경감 장점·중동참이 난점/“끝까지 설득” 상징조치로 출발 점차 강도 높일듯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하는 북한에 대해 단계적인 제재방침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검토중인 제재방안은 안보리에서의 결의안채택과 한미일 3국간의 공동제재방안등 크게 두 가지다.
미국은 금명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나오는대로 안보리에서 제재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최후통첩 시한을 두고 단계적인 대북제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중국의 동참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유엔의 이름을 빌림으로써 제재가담국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미국의 대북 대화채널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행정부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북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한 행정부관리는 『눈금이 10인 저울로 치면 저울바늘이 제재쪽으로 7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상당한 시간을 주면서 달래기도 했고 3단계 고위급회담의 멍석을 깔아주며 달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최혜국대우(MFN) 연장결정으로 중국과 북한 양국에 대한 「쌍둥이 제재」의 부담을 덜어 홀가분하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밤 한달만에 두번째로 채택된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명분도 어느 정도 축적했다.
북한측의 극적인 태도변화가 없는한 이제는 시기를 선택하는 일만 남은 듯 하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제재착수를 최종 결정할 D데이를 이번 주말이나 내주초로 보고 있다. 녕변 5㎿ 원자로에 대한 IAEA 사무총장의 보고가 1∼2일안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AEA는 공교롭게도 연합국의 노르망디상륙 50주년을 맞는 6일 이사회를 열어 북핵사찰 전반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나 5㎿ 원자로의 연료교체에 따르는 보고는 이에 앞서 나올 게 거의 확실하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이에 따라 3일께(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핵관계 고위실무자회의에서 대북제재방침을 일단 확정하고 이에 따르는 국가별 이행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 회의에서 양국 연합국의 군사대비태세에 대한 점검을 서두르며 유사시에 대비한 미군 및 장비의 증파 및 증강배치계획을 수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 페리 미국방장관은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를 유사시 1주일안에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지시해놓고 있다고 성조지가 지난딜 29일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다 알래스카와 독일에 주둔하는 미공군기들이 대북제재시 주한미공군에 증강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에 대한 미군증강계획은 의회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대북제재시 주한미군을 증강한다는 방안에는 여야당과 상하원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일본에 대해서도 1차적으로 조총련의 대북송금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또한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여야 할 사태에 대비해 주일미군과 증파될 미군병력에 대한 군수물자 보급과 해상봉쇄시 해상자위대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방부 관리들은 이에 관한 논의는 지난 4월 페리 국방장관의 일본방문 때 대체적인 검토가 끝났으며 양국간에 기술적인 문제만이 일부 남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안보리에 의한 제재든 한미일 3국에 의한 제재든간에 우선은 조총련의 대북송금차단과 같은 상징적인 제재에서 출발해 점차 강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전면적인 금수조치로 야기될지도 모르는 군사충돌의 위기를 피하는 한편 중국의 동참과 북한의 심경변화를 동시에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IAEA가 5㎿ 원자로에 대한 사찰의 영속성보장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는 경우 대북제재방침에는 이의를 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중국의 제재참여 가능성에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미국은 그러나 단계적인 대북제재의 수순을 밟아가면서도 뉴욕의 대화채널은 가급적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는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남북한을 막론한 한반도의 비핵화며 이같은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대화를 통한 북한설득 노력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제재에 반발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완전히 탈퇴하거나 대남 군사도발을 저지를 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북한의 막판 태도변화 가능성에 실날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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