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주력… 빈곤·부패 취약점딛고 일취월장 인도네시아는 「양파」와 같은 나라다. 한겹씩 벗길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능률과 부패, 첨단과 원시, 부와 빈곤, 통제와 자유등 양극의 모순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중적 사회구조 때문일까.
인구 1억9천만명, 각각의 문화와 언어를 가진 3백여 종족, 1만3천6백67개의 섬(이중 유인도 6천여개), 1인당 국민소득 6백60달러, 3백50년의 식민지 역사, 1인 장기집권, 공무원의 만연된 부패등. 외형적 모습은 분열과 빈곤의 후진국 영역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나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나라의 수도 자카르타를 남북으로 가르는 탐린과 수디르만노에 즐비하게 늘어선 현대식 고층빌딩. 벤츠, 볼보에서 일제 도요타,미쓰비시에 이르기까지 출퇴근길 도로에 빽빽이 들어찬 각종 외제 승용차의 물결.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고급 수입품이 진열장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고급백화점을 연일 메우는 소비자들. 「못사는 나라」로만 알고 있는 외국사람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는 광경들이다.
일취월장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외국의 투자가들은 소수정예의 엘리트 집단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이나 경제일선 책임자들을 만날 때마다 건네받는 그들의 명함에는 어김없이 박사 표시가 있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그들의 말속에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적 식견, 폭넓은 국제 감각, 자국의 장래에 대한 자신감, 투철한 애국심등을 느끼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들의 「국제화」의식은 선진국의 엘리트 집단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각 조직체별로 이뤄지는 장기 해외연수등 정부의 적극적 인재양성 정책이 낳은 결과다. 사분오열될수 있는 많은 취약점에도 불구, 통합체를 이뤄 획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는게 외국투자가의 중론이다. 이곳에 진출한 한 일본 기업가는 『상층부가 유능하기 때문에 부패가 만연돼 있는 하부조직만 제대로 정리, 한국과 일본같은 조직력을 갖춘다면 인도네시아는 순식간에 강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지구상에서 4번째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그에 상응한 것 같지가 않다. 아시아의 잠재적 강대국으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의 실체를 직시하려는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자카르타=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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