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모스크바의 계절은 차이가 엄청나다. 한쪽은 초여름인데 다른 쪽은 늦겨울 같다. 한국과 러시아의 정상이 처음 대면한 사진에 잘 나타났다. 두 정상은 비록 윗도리를 벗었으나 스웨터를 입고 있는 모습이다. 동토의 나라라는 표현을 새삼 실감케 된다. ◆정상외교가 펼쳐지기 직전에 한동안 러시아에 있는 북한 벌목공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마침 한국일보 취재팀이 그 현장에 파고드는데 성공해서 생생한 보도가 연일 지면을 용광로처럼 달아 오르게 하고있다. 현지에서 탈출했거나 다행스럽게도 귀순한 벌목공들의 증언으로 그 현장의 참상은 대체로 짐작은 했으나 보도내용은 그것을 훨씬 초월한다. 「수용소군도」를 고발한 구소련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은 조국에 다시 돌아갔으나, 이젠 북한의 시베리아 수용소군도가 살아 남아 있다니 기가 막힌다. ◆북한 벌목공들은 기아에 직면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굶주림보다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의 위협은 착취와 가혹한 「반동의 처벌」이다. 죽음의 노동을 채찍질하는 것은 죽음의 감시다. 「빵통」에서 「지옥통」으로 옮겨지면 이미 끝장이나 다름 없다고 한다. 이쯤되면 인권 이전에 생존의 보장이 사실상 없는거나 같다. ◆허위는 결코 오래 못간다. 북한은 벌목공의 실태를 숨기고 공작이라고 거꾸로 큰소리를 내지만 진실은 결단코 은폐하지를 못한다. 이제 지옥같은 벌목현장의 실상은 있는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의 현실은 바로 북한의 오늘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 ◆남한의 주사파들은 이 사실을 외면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인정을 못하겠다는 것인가. 진실의 증언은 믿지 않고 자기 편견을 고집함도 큰 병의 하나다. 이것이 그들의 한계이자 함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