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 질”… 달러보다 기술습득이 우선 『단순히 달러 때문에 우리국민을 다른 나라에 내보내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우리는 우리국민이 해외에서 습득하는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이 새기술을 배워와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써먹게 될 때 필리핀 경제는 또 다른 발전의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동남아의 대표적 인력수출국인 필리핀이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발맞추어「량보다는 질」위주의 해외취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필리핀은 실업과 국제수지 적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5년부터 해외취업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해외 고용계약 취업인수는 지난 75년에 3만5천여명에 불과했으나 92년에는 68만6천여명에 이르렀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현재 해외에서 고용계약을 통해 일하고 있는 필리핀인은 1백30만명가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불법노동자까지 포함하면 필리핀의 해외노동자는 2백만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때문에 필리핀에는「불법노동자 수출국」이라는 오명이 붙어 있기도 하다.
필리핀이 새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취업정책의 기본방향은 우선 해외취업을 기술습득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필리핀 2000년」이란 구호를 내걸고 경제개발에 나선 필리핀은 숙련노동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해외취업을 통해 기술을 익힌 뒤 귀국한다면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해외고용계약 취업인 중 25∼30%가량이 전문 기술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은 이와함께 해외취업자들의 인권과 복지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아시아 각국에 퍼져있는 해외취업자들이 낮은 임금 속에서 고용주들로부터 학대를 받는 경우가 자주 생기고 있기 때문에 해외취업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노동협정 체결등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또 장기적으로 해외노동자를 점차 줄이기로 했다. 라모스대통령은 지난 4월『국내의 취업기회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노동자의 수를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실업률이 9% 수준이기 때문에 당장 해외취업자의 수를 줄일 수는 없지만 국내산업의 발전에 따라 취업기회가 확대되면 해외에 나가있는 노동자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노동자들의 국내 송금이 필리핀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필리핀의 이같은 정책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92년에 고용계약 취업인들의 은행을 통한 공식적인 송금액은 모두 17억6천9백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총생산의 3.4% 수준이다. 다른 수단을 통한 송금액까지 합하면 총송금액은 3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필리핀 불법취업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도 보여지는 필리핀의 해외취업정책 전환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마닐라=강진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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