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에 편중된 부를 해소 말레이시아에는 누구도 거론해선 안되는 금기사항이 있다. 바로 인종문제이다. 비교적 자유롭다는 언론도 이 문제만큼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일반국민도 마찬가지다. 인종문제는 정치적 안정을 자랑하는 이 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말레이시아는 민감한 인종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독특한 정책을 쓰고 있다. 「부미푸트라」라는 말레이인 우대정책이다. 말레이시아의 인종분포는 말레이계 58%, 중국계 31.5%, 인도계 8.6% 정도로 추산된다. 대체로 정치는 말레이계가, 경제는 중국계가 장악하고 있다. 국교는 주로 말레이계가 신봉하는 회교이다. 고위직 공무원은 대부분 말레이계이다. 반면 상권은 거의 중국계 가 잡고 있다. 그러나 6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계는 경제를 넘어 정치에까지 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자연 말레이계와 중국계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69년에는 말레이계와 중국계 사이의 인종불화로 인한 대규모 폭동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중국계에 대한 말레이계의 불만은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해인 70년 말레이시아 정부는 인종간 불평등해소를 위한 신경제정책, 이른바 부미푸트라 정책을 채택했다.「땅의 아들」이라는 뜻의 부미푸트라는 말레이계를 가리킨다. 즉 말레이계 우대정책을 의미하는 것이다.
말레이계는 현재 58%의 다수 인종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부의 20%정도밖에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추계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같은 부의 편중을 시정하기 위해 말레이계에 각종 특혜를 주고 있다. 기업의 종업원수에는 인종간 비율이 정해져 있으며 아파트분양에 있어서도 할인등 특혜조치가 있다. 이같은 우대정책에 따라 말레이계의 소득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인종갈등에 대한 언급은 금기이지만 말레이인들은 부미푸트라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말레이시아가 곧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부미푸트라도 향상된 경제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콸라룸푸르=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