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개혁성공 세계사미래 영향김 대통령/옐친 “한국 월드컵축구유치 적극지원” 약속/92년대선때 만남등 3시간 격의없이 대화▷정상회담◁
김영삼대통령은 러시아방문 첫날인 1일 저녁 옐친대통령과의 「다차(DACHA)만찬」을 위해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모스크바 근교의 국영 별장에 도착, 쉐브첸코 의전장의 영접을 받고 현관에서 옐친대통령내외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김대통령 내외는 옐친대통령의 안내로 1층 응접실로 이동, 한동안 환담을 나누었다. 김대통령과 옐친대통령은 지난 대선때인 92년11월 옐친대통령의 방한당시 신라호텔에서 처음 만난이후 이번이 두번째이다.
김대통령은 『89년6월 통일민주당총재시절 한국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소련을 방문했으며 그것이 양국관계의 정상화에 나름의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92년 옐친대통령과의 회동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두 대통령내외는 응접실 옆의 만찬장으로 이동, 러시아식 정찬으로 식사를 함께 하며 양국의 개혁정책등 공동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계속했다. 김대통령은 『러시아의 안정과 옐친대통령의 개혁정책 성공이 향후 세계사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러시아 개혁에 대한 한국의 지지와 협력을 재확인했다.
이에 옐친대통령은 사의를 표시하면서 『김대통령의 신한국건설을 위한 변화와 개혁이 한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옐친대통령이 배구와 테니스를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김대통령이 우리나라의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계획을 설명하고 러시아측의 협조를 요청하자 옐친대통령은 『최대한 돕겠다』고 다짐했다.
만찬 말미에 김대통령은 1854년 러시아 해군제독(푸티아친 해군중장)이 조선에 입국하여 5일간 체류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로부터 30년뒤 한·러 양국이 수교를 했고 금년이 수교 1백10주년이 되는 해임을 지적했다. 이어 김대통령이 『올해가 양국관계의 신기원을 이룩하는 해로 기억되도록 공동노력을 펴나가자』고 제의하자 옐친대통령은 흔쾌한 표정으로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했다.
두 대통령내외는 만찬에 이어 2층 서재로 올라가 다시 다과를 들며 이야기를 계속해 김대통령 내외의 다차체류는 약3시간을 기록했다.
○교민2백여명 환영
▷모스크바 도착◁
김대통령은 이에앞서 서울공항을 출발한지 10시간30분만인 하오 3시30분(현지시각) 모스크바 쉐레메체보 제1공항에 도착했다.
김대통령은 김석규 주러시아대사와 체르니쉐보 러시아의전장의 기상영접을 받고 트랩을 내려오며 태극기와 러시아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교민환영단 2백여명에게 손을 들어 답례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쇼스코비치 러시아부총리내외, 쿠나제 주한러시아대사 내외등의 영접을 받으며 의장대 사열위치로 옮겨 양국 국가의 연주를 들은뒤 의장대를 사열했다.
김대통령은 파노프 외무차관등 러시아측 환영인사와 우리 대사관 간부들과 인사를 나눈뒤 교민화동 신영은양과 김병수군으로부터 꽃다발을 증정받고 교민환영단쪽으로 다가가 교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북우회 2시간 더걸려
▷기상표정◁
김대통령은 이날 상오 특별전세기가 서울공항을 이륙한직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기내를 돌며 수행원및 수행기자와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김대통령은 서울공항에 이기택민주당대표등 야당인사들이 많이 출영나왔더라는 수행기자의 인사를 받고는 『큰 정치를 하려고 그러는 것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대통령은 특별기가 한반도를 벗어나 일본영공을 지나는동안 한승주외무장관등 공식수행원을 모두 집무실로 불러 잠시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이양호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 때문에 항로가 포항―니가타―하바로프스크 상공을 우회해 지나가느라 비행시간이 2시간 더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 『빨리 직선으로 갈수 있어야 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4강과 세계문제주도
▷출국◁
김대통령 내외는 이날 상오 9시45분께 승용차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 이영덕국무총리와 황영하총무처장관의 영접을 받으며 공항청사 2층에 마련된 환송식장에서 3군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곧바로 출국인사를 했다.
김대통령은 미국 일본 중국 순방에 이은 러시아 방문을 통한 「4각외교」의 완결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1백년전 우리 민족의 운명이 이들 4개국에 의해 결정됐으나 이제 우리가 4개국과 더불어 세계문제를 협의해나가고 그들도 우리의 협력과 조정을 필요로 할만큼 시대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내외는 이어 서울사대부속국민학교 정재현군(5년)과 김지혜양(5년)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환송인사와 악수를 교환했는데 특히 이기택민주당대표와는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이날 환송식에는 이만섭국회의장 윤??대법원장 조규광헌법재판소장 이영덕총리등 3부요인과 김종필민자·이기택민주대표등 정당지도자및 국무위원등 60여명이 나와 김대통령내외의 장도를 축원했다.【모스크바=최규식특파원】
◎오를레보 다차 어떤곳/크렘린서 33㎞… 전용도로 연결/“소해체” 고르비-옐친담판 현장/“한러 우의강조” 옐친 직접 선정
김영삼 대통령과 옐친대통령의 제1차 회담및 만찬장소로 쓰인 「다차」(러시아어로 별장이라는 뜻)는 크렘린궁으로부터 33 떨어진 모스크바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 명칭은 지역이름을 딴 「오를레보」다차이지만 모스크바사람들에게는 그냥 다차로 통한다.
러시아측이 만찬을 겸한 제1차 회담의 장소로 이 곳을 선정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준비과정에서 우리측은 의전및 일정상의 문제로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양국 정상간의 개인적인 친분을 상징적으로 강조할 수 있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한 곳이어서 옐친대통령이 직접 선정했다』는 러시아측의 배경설명을 듣고 우리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1월 클린턴 미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에도 이곳을 정상회담장소로 선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부시전미대통령과 대처 전영국총리만이 이 곳을 사용했었다.
러시아대통령의 전용별장중 하나인 오를레보다차는 크렘린궁과 대통령 전용차선이 있는 도로로 연결돼 있다. 회색빛의 다소 우중충한 모스크바중심가를 빠져나와 자작나무와 적송나무등이 하늘을 가린 숲길을 따라가다보면 오를레보다차에 이르게 된다.
러시아제정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Ⅱ세의 숙부가 건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 다차는 5개동의 건물이 널찍한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곳을 특히 아낀 사람은 고르바초프 전대통령 부인 라이사여사. 그래서 고르바초프전대통령은 크렘린궁을 제쳐두고 이 별장을 숙소로 사용하기도 했고 라이사여사는 외국국빈들이 가져오는 선물로 내부를 치장하고 쿠바에서 열대식물을 가져와 정원을 꾸미는등 정성을 쏟았다는 것이다.
과거 소련연방이 해체되기 전에는 정치국원들의 비밀회합장소로 애용돼 「금단의 지역」으로 알려진 적도 있는 이 별장은 소련연방의 해체와 러시아공화국의 탄생이 결정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소련연방의 해체를 둘러싼 옐친과 고르바초프의 담판이 이 별장에서 이루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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