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화제 한글로 시처럼/송수남/서울·부산 판화전맞춰 발간/박고석 화단의 주요작가 두 명이 최근 그림과 관련된 문학책을 각각 발간했다. 미술과 문학이 본래 가까운 장르이긴 하지만, 원로서양화가 박고석씨와 중진한국화가 송수남씨의 문학책 발간은 우리시대의 미술문화를 비옥하게 하는 의미있는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박고석씨(77)는 판화전에 맞춰 그림과 산문을 모은 「그림·글 박고석」을 열화당에서 펴냈다. 주로 산그림과 산을 그리는 화가가 되기까지의 작가적 편력, 화우와 동시대 문명에 대한 단상 등이 실려 있다.
「방황 끝에 부여잡은 구원의 붓―어떻게 화가가 되었나?」속의 『방종한 생활 속에도 화구를 메고 기자묘니 능라도 등에서 화구를 버텨 놓고 열중했으며, 그림이 괜찮다 할 정도로 이루어졌을 때의 감회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었다』등의 구절은 젊은 날의 방황과 모색을 말해준다.
10일까지 갤러리 현대(734―8215)와 샘터화랑(514―5120), 부산 공간화랑등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그의 판화전에는 우람하면서도 다정한 산그림들이 출품되었다.
그의 판화 14점은 수채화와 데생 2백여점 중에서 엄선해서 파리의 유수한 판화공방인 그라파 리도파리에서 1년 동안 제작한 질 좋은 작품들이다. 설악산과 도봉산, 울산바위, 장수대등을 소재로 한 그 판화들은 수채화다운 투명함과 박진감을 담고 있다.
구상계열의 대표적 원로작가인 그는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낮은 가격으로 내 그림과 만날 수 있도록 판화전을 갖는다』고 말했다.
송수남씨(56·홍익대 교수)는 한문투에 익숙해 있는 한국화의 화제를 우리 정서에 맞는 한글로 옮기거나 자작한 화제집 「떠나는 이의 가슴에 한 송이 꽃을 꽂아주고」를 이가책출판사에서 펴냈다.
사군자와 문인화 위에 한글로 된 그의 화제들은 전통 정서를 애틋해하면서도 21세기의 관람자들까지 공감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성」이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촛불을 끈다 달빛 속에 너를 보려고」, 「매화 피면 임 생각 매화 져도 임 생각」, 「그대 가고 나면 내 가슴엔 쓸쓸한 바람소리」등의 화제가 불러일으키는 감상은 깊고 예리하다.
새로운 한국화를 모색해온 대표적 작가 중의 한 명인 그는 전에도 「수묵화」 「동양화」 「묵, 표현과 상형」 「남천 사군자」등의 저서를 펴내 한국화의 이론적 토대를 모색해 왔다.【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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