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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사건 탈피 생활위주 변론”/민변 노선전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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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사건 탈피 생활위주 변론”/민변 노선전환 선언

입력
199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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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소장층 집행부 대거참여/소비자·환경·농촌문제 등 주력 시국사건 변론으로 상징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국민들의 생활속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획기적인 방향전환을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창립 6돌을 맞은 민변은 변화된 사회상황을 적극적으로 수용, 국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률구조활동과 제도개혁을 위한 정책연구활동을 중점적으로 펴나가기로 했다. 환경 교통 장애인 소비자 경제정의 농어촌문제등에 중점을 둬 「재판을 통한 사회 개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민변이 맡았던 시국사건 변론은 모두 70건. 91년 1백56건, 92년의 1백14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창립당시 5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변호사는 1백63명으로 늘어났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그동안 회원들 사이에서는 과거의 투쟁적 인권변호사 활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전문 분야를 개척하는 방향으로 조용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등 여성문제에 대해 법률자문을 도맡고 있는 변호사도 있고, 환경 지적소유권분야등에 관심을 갖고 뛰어든 변호사들도 있다. 이번 「노선전환」선언은 이같은 변화의 대세를 과감히 받아들여 한층 적극적으로 사회정의 실현에 나서자는 다짐이라고 할 수 있다.

 민변은 이와 함께 최근 정기총회에서 고영구변호사(57)를 신임회장으로 선출하는 한편 간사체제를 회장―사무국장 체제로 바꾸고 조직을 확대개편했다. 특히 「4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리는 사시25회(83년)이후의 30대중반 소장 변호사들이 집행부에 대거 참여, 주목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유신과 5공시절 활발한 시국사건 변론으로 「인권변호사」의 개념을 정착시킨 이돈명 한승헌 유현석 이세중(현 대한변협회장)변호사등을 인권변호사 1세대, 홍성우(전민변대표간사) 김창국(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황인철  조영래(이상 작고)변호사 등을 2세대, 그리고 최근까지 민변의 중추역할을 한 박원순 유선호 박인제변호사등을 3세대 인권변호사로 지칭한다.

 이번에 상임위원장직을 맡은 이기욱 유선영 박성호 이덕우 윤기원변호사와 박찬운사무차장 등 4세대는 80년대초 최루탄을 맞으며 대학을 다녔고, 우리사회에 민주화와 다양화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 80년대말 변호사 개업을 한 법조계의 신세대들이다.

 11대 국회의원과 민주당부총재를 지낸 고영구신임회장의 정치적 연륜과 신세대 변호사들의 다양한 관심과 의욕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민변의 이미지를 구축할지 주목된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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