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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경험/김영환(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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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경험/김영환(메아리)

입력
199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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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발표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가라오케로 마이크의 공포를 없앴다는 일본처럼 우리도 노래방이 번창하니 그럴 법도 하다. 무얼 물으려고 기자들이 카메라를 대면 일부 대학생들까지 『네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단 한마디로 답하는 시대가 사라질 것인가. 얘기는 다르지만 요즘 공무원들의 발언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독자투고에서 느낀다. 경찰이건 군인이건 혹은 다른 관료건 당당히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보면 민주화시대에서 복지부동과는 다른 유형의 관료들이 여론과 대화하면서 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최근에는 공무원들의 저서도 늘어나는 것 같다. 검사들도 UR등 개방시대에 대비한 책을 펴냈다. 이제는 공무원들도 보다 더 그들의 입을 열어 발언하거나 책을 쓰거나 해서 그들의 경험을 국민과 나누어야 한다. 구미에서는 외무나 국방장관등 각료들이 신문에 투고하여 의견을 밝히는 일은 드물지 않다.

 일본에서 막강한 관청의 과장급은 저서가 대개 있다고 한다.일례로 85년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했던 마쓰모토 고지(송본후치)씨는 통산성 공업기술원 인사과장으로 있으면서 「일한경제마찰」이라는 책을 펴냈다. 거기엔 그가 무역역조에 대한 한국언론의 주장을 반박하여 한국언론에 실린 글들도 들어 있다. 전문분야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 불특정 다수에게 봉사하는 일은 언론인만의 임무는 아니다. 특히 해외경험 공직자들은 고생하면서 남보다 더 많은 국제화 민주화 정보화의 현장을 경험했다. 축적된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하여 유통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퇴직 공무원들도 기업에 들어가 남은 힘을 바쳐 일할것을 바라겠지만 책을 써서 봉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알아야한다고 본다.

 미국에서 공직자는 퇴직한후 종류에 따라 기업의 취업이 일정기간 혹은 영구적으로 제한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들은 대신 회고록 따위를 많이 쓴다. 지위가 높을 수록 막대한 돈도 따라오는 저술은 명예이자 의무이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으로 생존한 세 사람중 아직 한사람도 회고록이 없는 것은 그런 점에서 유감이다.

 이제는 점점 전문화된 정보가 필요한 만큼 전·현직을 막론하고 특정분야 특정관리들의 이러한 참여는 이 나라의 발전을 한 단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때때로 허위를 진실로 포장하는 정치인들의 발언과는 달리 관료들의 발언은 소구력이 높다. 관료들이 자주 발언하고 책을 많이 내는 사회가 돼야 한다.<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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