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은 역사·문화의 총화”/56개 사찰의 사적기·고승 일화등 담아 『전통사찰에는 1천6백년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습니다. 사찰 외에 우리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현장은 없습니다』
「불상연구」 「추사집」 등 미술사 저서와 논문을 발표한 미술사학자 최완수씨(52·간송미술관 연구실장)가 최근 법보종찰 해인사 등 전국 56개 전통사찰의 사적기를 비롯해 설립 당대의 사회상, 주석했던 고승들의 일화, 예술경향 등을 망라한 「명찰순례」(전3권·대원사간)를 펴냈다.
「명찰순례」는 최씨가 88년부터 5년동안 제자들과 함께 월간지에 연재한 내용을 보완해 엮은 책이다. 전통사찰에 관한 결정판으로 볼 수 있는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만공선사가 조선총독을 처단하려고 비수를 넣고 다니다가 만해가 『사자가 쥐를 죽이려고 하느냐』며 빼앗았다는 일화나 통도사 금강계단에 불상이 모셔지지 않은 이유 등 한국불교사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도 많다.
최씨는 『전통사찰의 숨결을 실감하기 위해서는 시문서화, 조각, 건축 등 각종 문예 및 유교를 비롯한 제자백가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광범위한 문헌조사가 우선 이뤄져야 했다』며 사전준비가 철저했음을 내비치고 있다.
몇번씩 가본 사찰이지만 송광사의 승풍근원지인 삼일암, 통도사 율장도량의 상징인 금강계단, 보림사 사찰양식의 기준이 될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 미리 눈여겨 볼만한 대상을 정하고 답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학을 연구하며 동양학에 일가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최씨는 『사찰 안에서도 역사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사찰을 지키고 기록하려는 정성을 찾기 어려워 아쉬웠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1백개 사찰은 둘러봐야 최소한 남한의 전통사찰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에 의해 그같은 작업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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