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달만에 10만권 “불티”/「홀로서기」「접시꽃…」이후 처음근래 문단의 화제는 단연 여성시인 최영미씨(33)의 첫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비평사간)이다. 시집이 두달만에 10만권이 팔리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 평론가들로부터 그의 문학성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화제를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인기도서 종합부문에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1위에 올랐고, 그밖의 대형서점·지방서점에서도 시부문 1위를 확보하고 있다. 종로서적에서는 6월4일 하오4시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에 최영미씨를 초대할 예정이다.
시집이 두달만에 10만권 이상 팔리기는 서정윤씨의 「홀로서기」, 도종환씨의 「접시꽃 당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두 시인이 「시의 시대」라는 80년대의 시붐에 어느 정도 덕을 얻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면도 있다. 이에 비해 최씨는 저자도 확실하지 않은 유행가류의 시집이 판을 치는 시대에 문학성 높은 작품으로 독자를 끌고 있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서른, 잔치는…」이 독자를 잡는 이유는 우선 출판사에 하루 1백여통씩 오는 독자 엽서에서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독자들은 대체로 이 화제의 시집이 「시원하다」, 「통쾌하다」, 「새롭다」는 반응이다.
<시골집 툇마루 요강에 걸터앉아 추석 앞두고 부푼달을 쳐다보며 생각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지금 내 모습이 닮지 않았나? 또 생각해 본다 시를 써서 밥을 먹으면 좋겠다, 아니 그 보다도 연애를 하면, 시를 빙자해 괜찮은 남자 하나 추수할 수 있다면 파렴치하게 저 달, 저 달처럼 부풀 수 있다면…> (「생각이 미처 시가 되고…」중에서) 시골집 툇마루 요강에 걸터앉아 추석 앞두고 부푼달을 쳐다보며 생각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지금 내 모습이 닮지 않았나? 또 생각해 본다 시를 써서 밥을 먹으면 좋겠다, 아니 그 보다도 연애를 하면, 시를 빙자해 괜찮은 남자 하나 추수할 수 있다면 파렴치하게 저 달, 저 달처럼 부풀 수 있다면…>
이런 시구에서 보이는 당돌함과 솔직함이 독자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다는 얘기이다.
유근씨(영풍문고 직원)는 『그동안 3류 감성에 의지하는 낙서시나 과격한 노동시에 실망해 시집을 읽지 않던 잠재독자들이 「서른, 잔치는…」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최씨는 낙서시나 노동시의 독자 보다도 많은 독자를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업출판에 식상한 독자들이 서서히 문학성 있는 시집을 찾고 있던 중에 새로운 신인이 등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시내 대형서점의 시부문 인기도서 순위에서 작고한 천상병 기형도등의 시집이 올라가고 있던 터였다.
여기에 80년대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했고, 시위사건으로 서울대에서 무기정학을 당한 미모의 시인이 알려지면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출판계에서는 「서른, 잔치는…」의 폭발적인 인기가 좋은 시집이 읽히는 풍토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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