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신약성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구약엔 카인이 그의 동생 아벨을 쳐 죽인 이야기가 나온다. 골육지친에 칼부림을 가하는 카인의 후예들이 잇달아 나타난다. 부모살해라는 끔찍한 패륜의 충격이 아직 가라앉기도 전에 땅을 떼어주지 않는다고 큰 아버지를 죽인 조카가 있어 전율을 또 한번 느끼게 된다. ◆과연 집안식구가 사람의 원수인가. 패륜행위를 굳이 연관시킬 수야 없지만 하필 가정의달 5월에 이런 사건이 계속되어 이 달을 어둡게 마감하게 되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든 5월이 너무 잔인하고 부끄럽다. 카인의 후예들이 가정의 달을 유혈화시키는 듯 하여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한 가지 위안과 희망이 있다면 가정과 가족관계에 대한 반성과 자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 학교교육의 본질에 관한 비판이 쏟아진 것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겠다. 가정과 교육의 역할이 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다는 말로 자위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학자 카프카는 「가정의 수호신」이라는 말을 했다. 이것이 동양에선 바로 인륜이다. ◆인륜의 계발이 곧 문화이며 이것은 교육에 의해 찾아지고 전수되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 가족문화는 황폐화되었다. 수신제가의 개념이 없어진채 그 자리는 공백으로 남았다. 명심보감을 배우던 시대에 비해 인륜은 오히려 후퇴했다. ◆반인륜을 치유할 몇몇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지식주입교육에서 인성교육으로, 황금주의에서 인간주의로, 그래서 자식에게 유산을 주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모두 귀담아 들을 말이지만 이것을 어떻게 실천에 옮기는가가 중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