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폐막된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중국영화감독 장이모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겨주었다. 그가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영화제에서 그의 영화 「삶」이 2위상인 심사위원대상과 주연남우상을 수상, 지난 6년동안에 세계 3대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를 석권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장이모는 88년 감독데뷔작인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차지했고 92년에는 「귀주 이야기」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올랐다.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중국감독은 장이모만이 아니다. 지난 해에는 첸카이거감독의 「패왕별희」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에페이감독의 「향혼녀」가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차지하는등 겹경사를 맞았다.
중국에서는 장이모 첸카이거등을 제5세대 감독으로 부른다. 중국은 시대와 역사의 변혁에 따라 영화초창기부터 80년대 초까지를 1∼4세대 감독군으로 구분하고 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영화감독을 제5세대로 지칭하고 있다. 제5세대감독은 대부분 4년제 대학인 북경영화학교에서 실기 위주의 영화교육을 받은 영화엘리트들이다. 이들이 오늘날 세계무대에서 중국영화의 깃발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전문교육기관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1919년에 세워진 모스크바영화학교가 꼽힌다. 40년역사의 북경영화학교도 모스크바영화학교를 모델로 해서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1935년, 독일은 38년, 프랑스는 43년에 영화학교가 설립됐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영화학교를 본뜬 4년제 영화학교가 곧 생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내년 3월 개원목표로 영상원설립을 준비중이다. 정부의 갑작스런 영상원설립추진에 대해 반대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기교육에 필요한 시설과 교재, 그리고 실기교육을 담당할 교수진의 확보없이 일정부터 밝히는 정부의 하는 일이 정책책임자의 「한건주의」를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영화현실을 볼 때 반대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한국영화가 이처럼 뒤처진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되지만 그중에서도 감독을 비롯한 영상관계인력의 빈곤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따라서 영상원의 설립은 영상매체의 국제화시대에 미래의 영상인력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절실한 과제다.
영상원설립이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지않는 길은 정부의 철저한 준비 밖에 없다. 외국의 성공적인 영상교육기관을 참고로 하여 우리 영화현실에 맞는 독창적인 영상원을 만들고 시설과 교재를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영상원이 한국영화의 제5세대를 길러내는 최고의 영화교육기관임을 알아야 한다.<문화2부장>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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