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외무-레이니대사 북핵 조율/「전제」싸고 미묘한 해석차이 해소 한승주외무장관은 30일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국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북한핵문제등에 대한 한미간의 의견조율을 가졌다. 이날 요담은 일차적으로 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기간동안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대한 새로운 점검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한장관과 레이니대사의 대화는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북한핵문제로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관과 레이니대사는 이날 요담에서 북한핵문제와 관련, ▲지금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면이며 ▲북한핵문제는 대화로 해결되어야 하되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 「기초」가 살아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요담에서는 특히 그동안 한미간에 다소 「해석상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의 문제가 비교적 명쾌하게 정리됐으며 그것이 『대화로 해결하되 「기초」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합의로 나타났다고 분석되고 있다. 즉 북미3단계회담이라는 대화가 있기 위해서는 그 전제조건이라는 기초가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녕변5㎿원자로의 핵연료봉 임의교체와 관련, 우리정부는 그것이 비록 북미3단계회담의 전제조건은 아니었지만 3단계회담에서 논의될 특별사찰을 저해할 수 있는 선까지 교체가 진행된다면 북미회담―그것이 고위급회담이든 뉴욕실무접촉이든―대화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만큼 유엔차원으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미국은 일단 실무접촉등을 통한 대화로 북한을 다독거려 나가자는 국무부의 입장과 즉각적인 군사 대응까지 불사한다는 국방부의 입장이 혼재된듯한 양상을 보여왔던게 현실이었다.
따라서 이날 요담에서 한장관이 「보다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청한데 대해 레이니대사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기초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답변한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를 송출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북미3단계회담에서 북미관계개선문제와 특별사찰문제를 일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 한 대화모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는 북한에 대해 「그동안의 핵처리에 대한 명확성」을 전제하라는 요구인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어떻게 얼마만큼 추출했느냐의 결과에 대한 대책논의는 북미3단계회담에서 하되 그 과정의 투명성은 대화개시 이전에「기초」로서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이날 한장관과 레이니대사간의 합의라는 것이다. 내달초로 예정된 북미3단계회담은 한미양국이 동시에 합의할 경우에만 성사될 수 있다는 새로운 전제조건을 양측이 합의했다는 의미를 담고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요담에서는 이같은 원칙적인 합의의 배경으로 현 상황이 매우 우려될 만큼 심각하다는데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다. 레이니대사는 『수일 내에 북한의 연료봉교체가 끝나버릴 수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대유엔보고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화든 제재든 그 결정이 수일내에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그 경우 한미간의 통일된 대응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김대통령의 방러 기간동안 행동의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미리부터 대비해두자는 의미도 있다고 보여진다.
정부당국자는 이와관련, 『미국은 북한핵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의사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확신을 레이니대사를 통해 전달해 주었다』고 설명하고 『특히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관련된 「심각한 상황」은 있을 수 없다는 미국정부의 입장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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