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박한식교수 주장 관심/“국제시선 한몸에” 위상제고 겨냥/정통성 강화·군사비 삭감 의도도 북한의 핵개발의지는 서방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복잡하고 정밀한 계산에서 나온 도박이기때문에 대화로 쉽게 저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미조지아대학의 박한식교수(정치학)는 지난 26일 조지 워싱턴대학과 일요미우리(독매)신문이 워터게이트호텔에서 공동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북한은 군사적인 충돌을 각오하고라도 핵개발을 강행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박교수는 유엔의 대북제재도 별다른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회 참석자들간에 뜨거운 논쟁을 유발한 박교수의 견해를 정리한다.
『북한의 핵개발은 서방측의 기준으로 보면 비상식적이지만 나름대로는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것이다.
첫째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려는 전술이다.
그들은 지난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국제적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서 정치적인 위상을 높여오고 있다.
둘째 이념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은 공산 정권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개발을 서두르고있다. 이 과정에서 NPT의 불합리성을 부각시켜 국제 정치질서에 충격파를 던지겠다는 속셈도 갖고있다.
셋째 군사적인 이유에서다. 핵보유는 군사비의 대폭적인 삭감을 가능케 한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한국과의 군비경쟁에 승산이 없음을 자인해왔으며 현재의 경제난이 엄청난 군비지출때문이라는 점은 김일성도 인정하고 있다.
넷째 심리적인 이유이다. 김일성 자서전 「세계와 더불어」를 보면 그가 어릴 때부터 군사적 수단의 효용성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졌는가를 알 수있다.그는 일본이 원폭으로 하루아침에 항복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핵의 위력을 실감했다. 따라서 북한은 무력충돌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핵개발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상정하고 있는 군사대결 시나리오는 이렇다.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북한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남한에 비하면 약소하다. 인구 1백50만명의 평양에는 70∼1백 깊이의 지하철역이 17개나 된다. 지하철의 길이가 34나 되는데다 지하 대피소도 많아 유사시 1백만 정도를 대피시킬 수 있다.
군사충돌이 일어나면 북한내부에 권력투쟁이 벌어져 정권이 붕괴될 수도있다. 그러나 거꾸로 남한에 정권의 위기가 올 수도있다. 외세를 끌어들여 동족을 살상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러한 와중에서 김정일은 한반도의 새로운 실세로 부상할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신념체계가 특수하기 때문이다. 즉 지난 40여년간 폐쇄사회에서 세뇌교육을 받은 이들은 아무리 경제가 악화되더라도 조선조때나 일제시대에 비하면 풍요롭다는 확신에 차있다』
박교수의 이같은 견해에 대해 제임스 릴리전주중국미대사는 대북 제재가 당장은 몰라도 결국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릴리전대사는 중국도 북한보다는 미국이 자국의 이해에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있다면서 중국도 북한의 핵개발 저지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코노키 마사오일게이오(경응)대교수는 북한이 NPT탈퇴선언과 같은 「깜짝쇼」에 능하지만 미국과의 정면대결은 언제나 피해왔다면서 끝내는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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