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 30묶음」 교체여부 촉각/미와 “3단계회담과 연계” 조율 북한핵문제는 또다시 유엔안보리로 넘겨질 것인가. 북·미3단계회담은 예정대로 내달초에 열릴 것인가. 「선특사교환」을 철회, 당사자 입지를 벗어난 우리 정부는 현재 어떠한 평가와 전망을 하고 있는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은 유엔에 「북한핵 추가사찰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미 50%의 핵연료봉을 임의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블릭스 사무총장은 이어 『북한이 계속 교체작업을 강행한다면 수일 내에 추후계측을 위한 선정과 분리보관의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진단하고 평양에서 진행중인 「핵연료봉 협상」이 실패로 끝났음을 보고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북한이 비록 유엔이 의장성명으로 요구한 「추가사찰」에는 응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또다시 「카드화」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고 분석하면서 IAEA는 물론 한미양국은 북한에 대해 분명한 마지노선을 설정해둬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무부 당국자는 28일 『한미간에는 북한의 핵연료봉교체문제에 대한 명확한 한계가 설정돼 있다』면서 『이러한 선을 넘어서게 될 경우 북한핵문제는 당연히 유엔안보리의 테이블로 옮겨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연료봉교체를 몇% 진행시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IAEA가 「계측을 위한 기회」를 상실했다고 판단하느냐의 여부가 한계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파악하고 있는 「계측을 위한 기회」는 이른바 북한이 8백1묶음(1묶음은 10개의 세연료봉)으로 구성돼 있는 녕변5㎿급 원자로의 연료봉중 핵심부위의 30묶음(대각선 방향으로 연결돼 있음)에 손을 댔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즉 비록 북한이 90%이상 연료봉을 교체했더라도 이러한 「대각선30묶음」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마지노선을 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IAEA가 이번에 유엔에 보고하면서 『수일내 분리보관의 기회를 잃게 된다』고 말한 대목은 그동안 주변의 연료봉을 교체해 오던 북한이 수일내에 핵심부분의 교체작업에 돌입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IAEA의 이날 대유엔 보고서는 다소 급박한 시한을 요하고 있다. 때문에 유엔은 IAEA의 보고서가 접수되는 당일(현지시간 27일)안보리 15개이사국들간의 비공식회의를 열고 북핵문제를 협의했으며 30일이나 31일께 회의를 다시 열어 안보리회부여부를 결정하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정부도 이날 미국측에 긴급 전문을 보내 북·미3단계회담을 위한 뉴욕실무접촉이 진행되려면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는 한미양국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초 북·미3단계회담의 전제조건에 연료봉문제가 포함돼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3단계회담이 「북핵의 안전성이 최소한 유예되는 상황에서 특별사찰을 위한 준비」는 돼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은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즉 북·미3단계회담은 녕변원자로의 핵심부위30묶음에 대한 「추후 계측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한 개최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결국 북한핵문제가 뉴욕(유엔본부)으로 가느냐 제네바(북·미3단계회담 예정지)로 가느냐의 관건은 북한이 연료봉교체를 어디까지 진행시키느냐에 달린 것이라는게 정부의 분석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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