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조치」 수일내 상실될 위기/「연료교체 사찰」없인 확인불능 북한이 영변의 5㎿원자로의 핵연료봉 교체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북한핵문제가 다시 갑작스런 긴장국면에 빠져들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와 북한간의 평양협상이 전개되고 미국이 대북 3단계회담을 준비중인 단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던 북한핵문제의 전망이 갑자기 불투명해진 것이다.
한스 블릭스IAEA사무총장은 27일 평양협상에서 북한측과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북한의 핵물질에 대한 안전조치가 수일내에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갈리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고했다.
IAEA가 북한의 핵연료봉 교체 개시 사실을 확인하고도 지난 17일과 21일 연이어 사찰단과 협상단을 평양에 파견했던 것은 당시까지는 원자로에 대한 안전조치가 완전 회복불능의 상태로 까지는 파괴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였다.
따라서 아직은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연료봉을 임의로 계속 교체하는 것을 막고 앞으로의 계획을 확인하면서 연료봉의 선택, 분리, 보관및 추후계측에 관한 기술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협상단을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 북한은 연료봉 교체작업을 계속, 거의 절반가량을 이미 원자로에서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은 북핵사찰의 연속성이 과연 보장될 수 있을 것인가에 귀결된다. 블릭스총장은 유엔안보리에 보고한 서한에서 북한의 연료봉 교체작업이 이같은 속도로 계속 진행된다면 IAEA는 북한이 모든 핵물질이 사실상 안전조치하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에 서지 못할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생산했을 지도 모를 플루토늄의 양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게된다는 말과 같다.
블릭스총장의 표현은 현재까지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그는 이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연료봉을 계측할 수 있는 기회의 확보가능성은 「수일」밖에 남아있지 않았음을 언급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연료봉 교체개시를 통보한 지 보름여만에 절반가량의 연료봉 인출이 이뤄졌으므로 산술적으로 볼때 이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다음달 10일을 전후해서는 전체 8천여개의 연료봉이 모두 제거될 수 있다.
연료봉을 꺼낼 때는 IAEA가 입회해 연료봉의 샘플을 채취하고 위치를 확인 표시해야한다. 연료봉은 위치마다 연소율등 특성이 다르므로 북한이 임의로 다량의 연료봉을 제거한다면 IAEA 사찰의 목적인 최초의 연료봉여부 확인(중도에 빼돌려서 재처리과정을 통해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했는지 여부)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블릭스총장은 북한의 교체방식은 전면적인 안전조치를 이행하려는 IAEA의 능력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추가사찰은 허용, IAEA사찰단이 시료를 채취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찰이 중단됐던 지난해 2월이후 1년여간의 공백기에 대한 제한적인 것이다. 따라서 원자로의 연료교체시 필요한 사찰이 이뤄져야만 과거의 모든 핵활동이 투명성을 완벽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며 이 과정이 생략되면 당연히 안전조치의 연속성은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점에서 원자로 사찰은 사실상 특별사찰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이다.
IAEA가 연속성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선언하지 않은 이상 기술적으로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IAEA는 이같은 갑작스런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항시 그래왔듯 북미간 협상과 유엔안보리의 정치적 해결을 쳐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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