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론 다시부상… 긴박한 논의/“31일 실무접촉때 최후선택 요구”… 벼랑끝 타결 기대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에 진행돼온「연료봉 사찰협상」이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게 됨에 따라 북미3단계 고위급회담의 전도가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이와관련, 27일 하오(현지시간) 유엔 안보리는 비공개회의를 긴급소집, 협의를 가졌는가하면 미정부는 백악관에서 긴급 구수회의를 갖는등 북핵사태는 다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대북제재 가능성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로버트 갈루치핵전담대사는 이날하오 조지 워싱턴대학 주최 세미나에 나와 북핵문제와 관련한 주제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긴급 소집된 백악관과 국무부 대책회의에 연이어 참석하느라 끝내 불참, 상황의 긴박성을 실감케 했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6월 초순이나 늦어도 중순까지는 3단계회담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화됐었으나 이같은 낙관론은 주말을 고비로 확연히 꼬리를 감추는 분위기다. 26일 북미간 뉴욕 실무접촉이 진통 끝에 별 소득없이 끝난데 이어 북한에서의 연료봉협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자 3단계회담 대신 강경기류의 대응논의에 새삼 힘이 가해지는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미행정부는 그동안 3단계회담개최와 북한 영변의 5㎿원자로에 대한「 계측활동보장 」을 연결고리로 묶어 왔으나 이같은 전제가 충족되지 못함으로써 나름대로 상황의 반전에 대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것 같다. 북미간의 대화가 이처럼 평행선을 좁히지 못하면서 북핵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미국무부는 이날 이같은 정황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장문의 논평을 준비하는등 상황인식이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케 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북한이 원자로의 과거 작동 역사를 IAEA사찰관이 재구성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면 대화의 전제는 무너진 것이 되므로 결국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조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그동안 가급적 표현을 삼가오던 「전제조건」이란 말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이 IAEA의 요구를 무시한채 계속해서 연료봉을 꺼낼 경우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사후계측은 그만큼 어려워 질 것이고 작동을 중단했던 지난 89년에 플루토늄을 얼마나 추출했느냐는 그야말로 파악이 불가능해 질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특히 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이 밝힌대로 이미 인출한 연료봉이 절반을 넘었다면 수일내로 사후계측의 기회는 상실되고 말 것이란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따라서 다음주 안으로 북한측이 「사찰보장」을 약속해 주지 않을 경우 유엔제재를 통한 대북 봉쇄책을 가시화할 작정이지만 「벼랑끝 협상타결」의 가능성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은 결국 오는 31일께 뉴욕실무접촉을 재개해 북한측에 대화냐 제재냐의 최후 선택을 강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처럼 단호한 자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안보리의 중국」에 대한 전에 없던 확신이 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에 무역최혜국(MFN)대우를 연장해준 대가를 바라는 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결국 앞으로 1주일이 북한핵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결정되는 최대고비가 될 전망이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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