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북핵 해결뒤 개폐검토/“정쟁지양”… 장기지속여부 주목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민주당대표의 28일 영수회담 결과는 지난 3월 11일에 열린 영수회담이후 여야간에 형성됐던 한랭전선을 상당 부분 걷어내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야당이 회담결과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그동안의 정국경색을 푸는 돌파구를 마련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상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인 상무대 국정조사문제와 관련,김대통령은『대통령이 초법적으로 위법을 할 수는 없으나 법테두리내에서 현재 국회가 하는 일에 정부가 협조하도록 지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이 촉구해온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해도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이 이 정도의 약속을 했으면 정부에 그 분위기가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따라서 국방부와 검찰의 문서검증이나 은행감독원과 해당은행의 수표 및 계좌추적에 숨통이 트일지가 주목된다. 이들 기관의 협조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정국돌파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야당은 회담결과에 대해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일단 합격점은 줄 수 있다는 반응이다. 김대통령의 약속을 기정사실화 해야할 필요성이 있기때문일 것이다. 이대표로서는 총무경선 결과로 더욱 좁아진 당내입지를 감안해서도 회담결과를 평가절하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 김대통령은 러시아방문 의미와 북한의 실정을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자주 이런 자리를 마련,안보와 국제정세를 전달하고 협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대표도 적극 찬성의사를 밝혔다.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은 이와 관련,안보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대통령이 이제는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사문제등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협조하는 생산적 큰 정치를 해나가자고 말했고 이대표도 원칙적인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런 점들이 이날 회담을 총론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제기한 몇가지 현안에서는 종전처럼 평행선을 확인했을뿐이다. 우선 김대통령이 국회의 UR비준문제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한데 대해 이대표는 민주당의 당론이 반대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보안법 개폐문제에 대해서 김대통령은 국회 소위에서 논의해달라고 원칙론을 밝혔다. 다만 김대통령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개정 및 폐지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이대표는 전했다.
조계종 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은『폭력을 용납지 않겠다는 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날 회담결과는 각론상의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현안 모두에 대해 평행선만 달렸던 지난번 회담에 비해 훨씬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지난번 회담이후 정국이 꼬여 온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뭔가 돌파구를 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같다. 종전처럼 외국방문이 끝난 뒤 사후설명의 자리가 아니라 러시아방문에 앞서 사전설명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 부터가 야당대표에 대한 예우에 신경을 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는 점이 장기적인 정국전망에서까지 여야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나갈것이라고 보는 것은 속단이다. 설령 상무대 국정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해도 바로 UR문제가 기다리고 있는데다 어차피 내년의 단체장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간단없이 일정한 긴장관계를 보일 것으로 보는게 타당할 것같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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