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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영화·비디오 해악가중/부모 살해사건 계기로본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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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영화·비디오 해악가중/부모 살해사건 계기로본 실태

입력
199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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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내용 흉포화 가족살인도 버젓이/청소년죄의식 희석시켜 모방범죄 자극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 박한상군은 경찰에서 『미국에서 본 폭력영화의 살인수법을 본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믿기지 않는 말이지만 외국의 폭력영화나 비디오가 청소년들의 모방심리와 잠재적 범죄충동을 자극, 모방범죄를 부른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다만 우리 사회가 미국 할리우드의 영상산업이 양산하는 폭력·음란 영화와 비디오의 해악을 절실하게 받아 들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특히 최근들어 영상산업이 치열한 국제무역경쟁에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미래유망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경쟁력과 수익성을 보장받기 위해 폭력성과 선정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우리 청소년들이 그 해악에 노출되는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영국에서는 열한살 난 두 소년이 이웃 어린이를 납치, 머리를 부수고 다리를 잘라 철로에 버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결과 소년들은 폭력 비디오에서 본 엽기적 살인장면에 흥미를 느껴 흉내낸 것으로 밝혀져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었다. 

 이 영국소년들이 본 문제의 할리우드 영화「사탄의 인형」은 국내에도 수입돼 YMCA등 민간단체들이 강력히 항의하는등 논란이 벌어졌으나 일과성이었을 뿐이다.

 얼마전 한 신문 독자란에는 국민학교 1학년 남자어린이가 동생만 시장에 데려간다며 어머니에게 부엌칼을 들이댄 이야기가 실린 적이 있다. 이 어린이는 『TV에서 사람들이 화가 나면 칼을 들이대 나도 그렇게 했다』며 『동생과 놀 때도 얼굴에 이불을 씌우고 손발을 묶기도 한다』고 태연히 말했다.

 영상매체에서 본 범죄장면을 본뜬 모방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이들 영화속에서 「폭력의 개념」이 바뀐 것이 큰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60, 70년대와는 달리 최근의 할리우드 폭력물은 피해자의 고통이나 이에 대한 동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가해자의 쾌감」과 「관객의 통쾌함」만 부각된다. 피해자의 입장을 통해 범죄의 부정적인 면을 느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전도된 개념의 폭력물을 본 어린이들이 아무런 주저없이 흉포한 범죄를 저지르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서울YMCA가 최근 발표한 「비디오모니터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수입된 공포물의 대부분은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살인행각을 담고 있다. 살인대상도 가족이나 친구, 애인등 가까운 사람에 국한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가정주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대중매체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비디오 TV 영화 등 영상매체가 청소년에게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폭력성 음란성 퇴폐성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영상산업의 진흥」이나 「다양한 가치관의 수용」 등의 명분아래 외국영상물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국내의 심의장치, 비디오숍의 무분별한 대여관행등이 근본적으로 쇄신되지 않는다면 컴퓨터 영상매체의 도입으로 한층 확대될 외국 폭력물의 해악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상산업의 엄청난 위력을 상징하는 「쥬라기 공원」의 대성공을 자동차 수출의 수익성과 단순비교하면서 영상산업의 육성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사회와 전세계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할리우드 영상산업의 실체를 외면하는 것이다. 

 『미국 영상산업의 침투에 고심하고 있는 서구의 문화 경제 선진국들이 미국 사회가 폭력범죄와 마약 등으로 병들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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