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경시」보고 배운다 온 국민을 전율케한 박순태씨부부 피살사건은 폭력영화의 모방범죄였다. 부모를 처참하게 살해한 패륜아 박한상은 미국영화를 본따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털어놓았다. 영화·비디오등 영상매체는 이제 인간의 꿈이 담긴 그림이 아니다. 사회와 인간을 파멸로 몰아넣는 무서운 독버섯이 돼가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인간 삶을 무분별하게 왜곡시키는 할리우드의 상업주의는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할리우드의 폭력물과 에로영화는 미국내에서도 「살인의 교육자」「에이즈의 전파자」로 비판받고 있다. 이같은 할리우드의 저질영화에 거의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는 우리사회는 미풍양속은 물론 인간의 정체성마저 붕괴될 위기에 놓여 있다. 폭력 살인 성도착등 사회규범을 흔들어놓고 있는 영상공해의 현주소와 대책을 알아본다.【편집자주】
◎할리우드상업주의 위험수위 넘어서/허술한 「국내심의」 더 큰문제
비디오대여점들의 모임인 「으뜸과 버금」이 집계한 지난주 비디오대여인기순위를(대여순위표 참조) 보면 20위까지의 비디오중 3편을 제외하고 17편이 폭력을 주축으로 한 영화들이다. 할리우드의 영화업자들이 내세우는 「폭력영상은 만국공통어」라는 철학에 걸맞게 폭력물이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멋진 주인공을 내세워 이유없는 살인, 참혹한 살해, 대량살상등을 벌이고 있는 할리우드의 폭력물은 청소년들에게 인명경시풍조 뿐아니라 기존 권선징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폭력을 행사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멋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오해할 수 있는 소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대여순위 1,2위의 작품들만 하더라도 「데몰리션맨」은 범인을 잡기 위해 30여명의 죄없는 인질을 죽음으로 몰고간 주인공을 영웅시하고 있고 「리얼 맥코이」는 미녀 은행강도를 앞세워 범죄를 미화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의 심의제도가 성애물이나 정치물에는 그런대로 기능을 하면서 폭력물에는 거의 무감각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순위에 올라있는 폭력이 묘사된 비디오중 성애장면이 사실적인 「트루 로맨스」와 「무단침입」을 제외하고는 전부 고등학생이상이면 관람할 수 있도록 등급이 매겨져 있다.
폭력물에 대한 심의의 허술함은 과거에도 누차 지적된 문제다. 사람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때려죽이는 「언터처블」, 사람의 입에 곡괭이질을 하고 전기톱으로 허리와 머리를 절단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 공포영화 「아쿠아리스」등이 버젓이 「고교생이상 관람가」로 심의를 통과, 극장에서 상영돼 비난을 받은바 있다.
미국영화 직배사들의 국내시장장악은 폭력영화의 무차별 상륙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우리 영화업자들이 영화를 수입할 때는 우리의 정서를 수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지나친 폭력영화의 수입이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황이다.
직배사들의 경우 미국의 막강한 통상정책을 등에 업고 할리우드의 상업영화를 무차별로 쏟아놓고 있어 청소년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흥행만을 의식한 저질폭력영화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폭력물의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폭력영화의 경우 잔인한 장면 한두군데를 잘라낸 다음 중·고교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인명을 경시하는 내용이거나 폭력을 미화하는 내용의 영화는 청소년들이 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비디오의 경우 심의는 물론 유통과정에서 청소년들의 보호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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