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 특종보도… 주요언론들 “확대 재생산”/“얼마나 기강이 해이했으면” 비난/클린턴 “조기수습” 친구인 총무보좌관 해임 보좌관등 백악관의 고위간부들이 대통령 전용헬기를 몰래 타고, 그것도 근무시간에 골프장에 다녀 온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 워싱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이 터진 26일(현지시간) 백악관대변인실은 심문에 가까운 기자들의 질문공세로 온종일 곤욕을 치렀다. 문제의 인물은 클린턴 대통령의 아칸소 시절 친구인 데이비드 왓킨스 백악관 총무보좌관.
그는 지난해에도 업무와 관련해 경고조치를 받은 바 있다. 그 외에도 알폰소 말돈 백악관 군사관계실장과 캠프 데이비드별장에 파견 근무중인 리처드 셀론 해군중령등 2명도 왓킨스 보좌관과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몰래 골프」를 위한 이들의 「몰래 비행」은 한 지방신문의 「몰래 카메라」에 의해 발각됐다.
메릴랜드의 프레드릭 뉴스포스트지는 26일자에 왓킨스 보좌관이 골프장의 헬기장에서 한 해군병사의 경례를 받아가며 대통령 전용헬기에 오르는 사진을 「이상한 방문」이란 제목의 사진설명과 함께 특종으로 보도했다. 한 지방신문에 특종을 뺏긴 주요 일간지와 TV뉴스도 이 파문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하오5시 중국에 대한 무역최혜국(MFN) 조치 연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백악관기자들은 이 자리에서도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넘어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중국문제만 물어달라』고 했으나 기자들이 그의 요청에 순순히 따를 리 없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조사토록 맥라티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면서 『왓킨스 보좌관은 사표를 제출했고 국민세금을 사적으로 전용했으니 그는 그에 상응한 비용을 물게 될 것이다』고 답변했다.
미언론은 클린턴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 매우 발빠른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왓킨스 보좌관도 즉각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몰래 골프」사건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전용기가 한 고위보좌관에 의해 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느냐라는 비난을 불러 일으켰지만 파장은 「백악관의 기강 해이」쪽에 모아지고 있다. 얼마나 근무기강이 해이하면 이런 일까지 일어나느냐는 게 언론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사건이 터진 직후 백악관은 당황한 나머지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대통령의 이번주말 골프계획에 따라 경호등을 위한 사전답사 차원에서 생긴 일』이라고 둘러댔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허락없이 왓킨스 보좌관이 대통령 전용헬기를 이용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골프광인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골프여행을 위해 전용헬기를 내준 게 아니냐는 시각이 그것이다. 물론 백악관은 딱 잡아 떼고 있으나 대통령의 체면은 이번 일로 다시 한번 여지없이 구겨진 셈이다.
백악관 고위 참모회의에 핵심보좌관도 아닌 자기 친구들을 참석시키는가 하면 이른바 「아칸소 마피아」로 불리는 측근들의 권력남용이 그간에도 적잖은 문제가 돼왔기 때문이다. 이번 파문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것같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벌써부터 공화당의 보수파 의원들은 백악관을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공격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문제의 골프장이 있는 메릴랜드주 출신의 로스코 바트레트 하원의원은 『대통령 참모가 국민세금으로 골프여행을 하는 것에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쓴 편지를 이날 클린턴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