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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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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구소련의 공산체제에 맞섰던 반체제인사중 가장 대표적인 명사들이지만 그들의 활동영역과 양태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출국이 금지된 사하로프는 변방의 유형지에서 고초를 겪으며 기회있을 때 마다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고, 강제출국당한 솔제니친은 미국 버몬트주의 산중에 은거하여 이따금씩 공석에 나와서는 서방사회의 정신적 피폐에 울분을 터뜨렸으며, 해외연주여행중 망명의 길을 택한 로스트로포비치는 전세계를 무대로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쳤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로 일기 시작한 모스크바의 봄에 대한 3인의 대응도 달랐다. 연금에서 풀린 사하로프는 인민대표자회의 의원으로 선출되었으나 보다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하며 고르바초프를 비판했고 로스트로포비치는 내셔널심포니를 이끌고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솔제니친은 공산체제가 존속하는 한 모스크바의 봄은 아직 멀었다며 귀국권유를 거절했다. ◆3인의 대응은 로스트로포비치가 고르비와 뜨겁게 얼싸 안았고 사하로프가 의례적인 악수만을 나누었고 솔제니친은 고르비가 내민 손을 뿌리친 것으로 비유되었다. 고르비의 손을 뿌리쳤던 솔제니친은 옐친이 내민 손을 잡고 망명 20년을 청산, 27일 러시아로 돌아갔다. ◆마지막 망명객의 귀향에는 어서오라는 환영 보다는 뒤늦게 요란을 떨며 돌아와서 어쩌자는 것이냐는 냉소가 강한 편이라고 한다. 「암병동」과 「수용소 군도」의 현장인 시베리아 유형지를 거쳐 모스크바로 가는 길에 오늘의 러시아를 속속들이 살피고 나면 감회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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