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권불연계」 의회 등 불만/인권단체 “북경에 굴복” 비난/재계선 거대시장 진출 안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최혜국(MFN) 대우 갱신결정은 오래전부터 예상된 일이긴 하나 미국 조야에 엄청난 충격파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 조치가 의례적인 MFN의 연장이 아니라 더 이상 인권과 무역을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미국정부의 획기적인 정책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26일 (현지시간) 대중 MFN연장결정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석상에서 인권과 무역의 「탈연계」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미국정부가 이제까지 취해온 연계정책이 효용성의 한계점에 이르렀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권신장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클린턴이 정책변화를 선택한 배경은 다음 몇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미국경제 우선정책이다. 인권이라는 이상주의에 매달리다가 세계 최고속 성장을 보이고 있는 거대시장을 잃게 된다는 주장에 두 손을 든 것이다.
둘째는 북한핵 저지와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등 지역안보유지 차원에서 중국을 지정학적 동반자로 감싸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셋째, 중국의 일부 변방에서 농민반란의 조짐을 보이는등 정정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개방파 지도부에 대한 지나친 인권압력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무튼 클린턴의 이번 결정은 인권단체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아시아 워치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클린턴이 북경지도부에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의회내의 불만도 보통이 아니다. 클린턴의 당내 지주인 조지 미첼 민주당상원원내총무마저도 무조건적인 대중 MFN연장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미첼의원과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하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클린턴대통령의 결정과는 별개로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재계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은 이번 조치로 양국간의 무역전쟁 우려가 일소됨은 물론 전화 가전제품 수출등에서 중국특수를 노릴 수 있는 길이 보장된 셈이어서 크게 만족스런 표정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중국/환영속 향후입지엔 “부담”/“인권과 분리는 현명한 결정”/경제보상 추구 미압력 예상
미국이 대중국최혜국(MFN) 대우의 무조건연장과 인권연계정책철회를 공식 발표한데 대한 중국측의 반응은 한마디로 환영한다는 것이다. 이미 하루 앞서서 중국외교부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측의 입장을 대체로 밝혔다. 오건민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MFN연장에 어떠한 조건을 다는 것에도 반대하며 미국 일각에서 거론된 MFN갱신조건으로 양국 공동인권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무역과 「적절치 못한 이슈」, 즉 인권문제를 연계하는 것을 이처럼 꾸준하고 철저하게 반대한 사실을 감안할 때 MFN과 인권을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클린턴대통령의 발표는 비록 중국의 총기·탄약수입금지라는 「혹」이 붙긴 했지만 중국정부에게는 당연히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중국은 마감시한이 임박해서는 MFN에 대해 낙관하면서 「포스트 MFN」 이슈인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가입」문제쪽으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대외경제무역합작부가 발표한 1백95품목에 대한 수입쿼타제 철폐는 이러한 중국의 정책목표이행이 개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MFN과 인권문제연계가 철회됨으로써 중국은 향후 미국과의 경제협상에 있어서는 순수교역적인 측면에 보다 중요성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MFN과 인권과의 연계철회는 미국이 그동안 중국측의 인권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시장개방등의 요구를 강하게 하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인권재갈」에서 풀려난 클린턴행정부가 선거공약을 어긴데 대한 국내의 비난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계산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측의 양보를 훨씬 더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중국측은 보고 있다. 중국의 GATT가입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시장개방정도는 아직 중국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수준이다. 따라서 MFN과 인권연계철폐는 GATT가입을 앞두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중국측에 어려운 협상입지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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