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민영화가 궤도 이탈의 위기에 부닥쳐 있다. 정부의 구태의연한 편의주의적인 원칙없는 민영화방식과 재벌그룹등 기업들의 「따고보자」식의 탐욕적 이전투구가 가져온 결과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기업에 주인을 찾아줌으로써 경영 혁신을 촉진,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취지다. 특히 현정부는 경제체제·제도의 개혁계획의 일환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어 경제의 효율화라는 단순한 경제적 목적 이상의 의미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계획은 계획실시 초반부터 소위 「나눠먹기」식 처리, 원칙없는 과당경쟁, 불공정응찰사건등 파란이 야기됨으로써 경쟁력 향상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빛을 잃고 있다. 누구를 위한, 또한 무엇을 위한 민영화인지를 반추해보지 않을수 없다.
정재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큰 허점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입찰에 의한 처리방식을 계속 견지하되 몇몇 공기업에 대해서는 특별관리(대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정부총리가 말한 「공개입찰」이 구체적으로 뭣을 의미하는가가 중요하다. 현행의 공개입찰도 입찰자격 요건으로 응찰자를 제한하는것이므로 제한적인 입찰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일반공기업에서의 입찰자격 요건과 「몇몇 공기업」의 특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영화는 기존의 추진계획을 수정보완하는 것보다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같다. 대세로 보나 원론적인 관점에서 보나 공기업의 민영화는 합리적인 조처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환경, 대상기업의 특성·경영실태등 개별적인 특수상황을 고려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금년중 한국비료·국민은행·국정교과서등 25개 공기업의 경영권을 민간에 이양하는등 98년까지 34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11개 공기업을 통폐합하며 주공·토개공등 5개 공기업의 기능을 일부 조정키로 했다. 이 가운데서 한국비료·국정교과서·데이콤·한국중공업·가스공사등은 재벌그룹간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고 있거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한비입찰은 동부그룹의 입찰포기선언에 이어 삼성그룹측이 참여를 유보함으로써 사실상 유찰되게 됐다. 또한 이보다 앞서 데이콤 전환사채 매입을 놓고 동양과 럭키금성그룹이 계열사들을 동원한 음성적인 매입전을 벌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재계 판도에 영향을 미칠 포철·한중등에 대해서는 재계일각에서 분할매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포철같이 핵심적인 기간산업으로 경영이 잘되고 있는 업체를 단순히 공기업이란 이유로 꼭 민영화할 이유가 있는지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민영화대상 그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민영화추진이 업종전문화·자구노력등 기존의 대재벌정책을 무력화시키지 않도록 해야한다. 또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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