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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예찬론을 보며/백우영(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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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예찬론을 보며/백우영(메아리)

입력
199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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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지 6월호는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했다. 언어학자 제어드 다이어먼드는 「쓰기, 정확함」이란 글을 통해 『가장 과학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식의 확산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으로 ▲모음과 자음이 쉽게 구별되고 ▲자음이 입술·입·혀의 위치를 확실히 해주며 ▲24개의 자모가 수직·수평의 조합을 통해  사각형을 이루면서 정연하게 배열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학자들은 간혹 『세종대왕 등 비전문가가 글을 만들면서 우연히 이같이 된 게 아니냐』며 우연론을 펴왔다. 그러나 이 글은 한글의 과학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또한 영어는 체계적인 한글보다 배우기 어려운 글자라고 자세를 낮추고 있다.

 한글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알파벳」이라는, 참으로 흐뭇한 예찬이다.

 그러나 우리의 한글운영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맞춤법이 10년이 멀다고 바뀌고, 외국어 표기도 엉망이어서 스스로 한글을 불완전 문자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된소리를 쓰지 않고 거센소리로 표기하는 것이다. 즉 빠리가 아닌 「파리」, 까뮈가 아닌 「카뮈」등이다.

 일본은 외국어에 아주 너그럽다. 일본 문부성은 새 외국어가 들어오면 국어심의위원회에서 어떻게 표기한다는 「약속」을 정해 전국 공공기관에 통고한다. 투어(여행)를 「쓰아」로 표기할 수밖에 없어도 그렇게 정하면 그만이다. 일반인이 쓰면 사는 (일본어가 되는) 것이고 안쓰면 사어가 된다.

 프랑스는 극히 보수적이다. 5월 5일 프랑스 하원은 「불어보호법안」을 가결했다. 불어표현이 있는데도 공적인 자리나 양식에 영어를 사용할 경우 최고 2만 프랑(한화 약 2백8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안이다.

 상원의결을 통해 대통령이 서명하면 「워크맨」「소프트 웨어」등 신조 외래어는 쓸 수 없게 된다. 특히 프랑스 과학자들이 아연실색이다. 법안대로라면 과학세미나의 개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부는 외래어는 물론 국어순화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것같다. 맞춤법 뿐만 아니라 한글전용과 한자교육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출판사들의 표기도 일치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겐 더욱 혼란스러워서, 옥호 또한 마음대로 달아도 되는 「자유」가 넘치고 있다. 「워싱턴」 「워싱톤」 「와싱턴」 「와싱톤」 어느 것이든.  <문화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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