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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패륜아/염영남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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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패륜아/염영남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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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대한한약협회 서울시지부장 박순태씨(47)부부 살해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미국유학중에 잠시 귀국했다 참변의 현장을 목격한 아들 한상군(23)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졸지에 잃고 동생과 함께 세파를 헤쳐나가야 할 처지를 동정한 것이다. 경찰도 불이 난 지하방에서 잠든 사촌동생을 내버려두고 운동화까지 신고 나온 박군에 대해 용의점을 두었으나 『설마』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부모의 시신앞에서 실신까지한 그 아들이 1백억대의 재산을 노린 범인이었다. 지방 모대학 2년을 휴학한 박군의 부모는 『새 사람이 되어 돌아오라』며 지난해 8월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번잡한 도시에서는 나쁜 물이 쉽게 든다며 LA에서 승용차로 4시간정도 걸리는 한적한 소도시를 골랐다. 그러나 한국대학생활도 제대로 못해낸 박군에게 유학은 생각처럼 쉽 지않았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학교수업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자 일찌감치 포기했다. 같은 처지의 돈많은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로스앤젤레스나 라스베이가스의 술집과 도박장을 전전했다. 돈이 떨어지면 부모몰래 귀국해 사채를 얻어 돌아가기도 했다. 부모가 보내주는 월 2천달러(우리돈 1백60만원)의 생활비로 아파트를 월세내 미국판 오렌지족이 되었다. 간섭하는 사람등 제동장치가 없어 그야말로 제멋대로였다. 순간의 향락과 카지노에서 굴러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만을 꾸다보니 사고력은 정지되고 황금만능주의의 병은 깊어만 갔다.

  박군은 자백후 『미국에서 본 범죄영화에서 범죄수법을 모방했다』며 『범행뒤 고민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모두 털어놓아 후련하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부유층의 비뚤어진 자녀교육관과 도피성 조기유학붐 등 정상궤도를 이탈한 「비정상」이 몰고온 결과이다. 이번 사건은 윤리의식이 실종된 신세대 패륜아가 범인이라는 충격과 함께 우리 모두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참된 인성교육의 중요함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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