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한약상 박순태씨부부 피살방화사건의 범인이 미국유학중 귀국한 장남이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믿기지 않는 패륜과 골육에 얽힌 비극이 또 있을까 싶어 말문이 막힌다. 요즘 시중에서 흔한 말이란게 『어째 이런 일이…』와 『우리가 남이가… 원수지』라는 말들을 한다. 사람들을 경악시키는 뜻밖의 일들이 줄지어 터져 나오는 불안정한 세태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패륜은 단순히 그런 잘못된 세태나 세대간의 갈등차원을 벗어나 인륜과 인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그 비극성이 더 하다.
사람이면 누구나 부모가 있어 피와 살과 생명을 이어 받았기에, 그런 생명의 모태와 연결고리를 결코 부정할 수 없게 운명지어져 있다. 그래서 아무리 욕구를 참지 못하는 충동적 신세대라지만 그런 한계를 쉽사리 넘는다는건 세태 탓에 앞서 인성의 돌연변이적 광란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사실 경찰조사나 범인과의 문답내용을 보면 범행준비나 실행과정이 너무나 가증스럽고 충격적이어서 누구라도 그가 정상적인 사고의 젊은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을 지경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성의 돌연변이가 왜 초래되었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차라리 울고 싶어진다. 사건의 전말이나 범인의 성장배경을 대충만 따져 봐도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심각한 가정문제의 실상이 쉽게 진단된다.
고도성장기에 팽배한 황금만능주의, 그리고 그런 세태 속에서 큰 돈을 번 부모와 정신적 무관심 속에 비뚤어지게 자라고 잘못 교육받아온 자식세대간의 갈등문제가 이미 서서히 사회문제화되어 왔던 것이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내적 가치를 심어주기 보다는 좋은 학교와 출세만을 강요해왔고, 자식들은 그런 잘못된 환경 속에서 쉽사리 스스로의 설 자리를 잃어갔던 것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부모의 성화에 유학은 떠났지만 면학 보다는 도박과 향락에 쉽사리 빠졌었고 고생을 못참는 불안정한 충동적 성격이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마저 벗어나게 했음이 생생히 드러났다.
결국 물질적 풍요 속에 팽개쳐진채 정신적 단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새 세대와 허영에 찬 기성세대간의 갈등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당연히 기성세대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 실종된 가정의 대화분위기와 전통적 가정교육의 부활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다 함께 방만한 교육체계와 소홀한 인성교육을 제도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자식이 돈 몇푼에 부모를 죽일 수 있는 오늘과 같은 세상이 바로 말세인데, 모두가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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