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여는 국책사업” 기술 자체개발/중형여객기·헬기 등 7종생산,26개국에 수출 인도네시아의 항공기산업은 싱가포르의 컴퓨터, 말레이시아의 자동차공업과 함께 기술개발에 국운을 건 아세안국가들의 노력을 대변해주고 있다.
소득수준(1인당GNP 6백50달러)이 낮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지 못한 국가, 우거진 열대림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목재와 석유등 천연자원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로만 알려진 인도네시아가 웬만한 선진국도 시도하기 힘든 항공기개발에 집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 의외이면서도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는 바로 이같은 1차산업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첨단기술분야인 항공기개발을 준비해왔고 이제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독립 50주년이 되는 1995년에 자체기술로 제작하고 있는 50인승 중형수송기 「N250―100」을 하늘에 뛰울 계획이다. 국민들은 독립기념일의 축하비행쇼가 「자원은 풍부하나 기술은 없는 나라」라는 오명을 씻어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발 터보프로펠러기로 90년4월부터 제작에 들어간 N250―100은 엔진, 랜딩 기어등 일부 핵심 부품을 제외하곤 설계에서부터 조립기술까지 모두가 인도네시아 국영항공기제작회사(IPTN)의 기술진에 의해 개발됐다. 따라서 내년 8월 인도네시아 하늘에 모습을 보일 N250―100은 인도네시아의 하이테크산업 수준을 국내외에 과시하게 되는 셈이다. 인도네시아는 섬으로 이뤄져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국내 교통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항공기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것은 70년대 중반 B J 하비비과학기술처장관이 하이테크산업 개발론을 통해 항공기산업을 국책사업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하비비장관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곧바로 첨단산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76년 처음으로 항공기 제작회사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2백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IPTN은 이제 인도네시아의 장밋빛 미래를 책임질 「꿈」의 산실이 됐다. 고도 반둥시 외곽지역 파자자란에 위치한 IPTN은 21만평(70만㎡)의 방대한 규모에 2천8백명의 기술자를 포함, 1만6천3백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첨단산업 현장으로 자리잡았다.
IPTN이 그동안 스페인의 카사를 비롯, 미국의 보잉사 및 벨 헬리콥터 텍스트론, 프랑스 에어로스파시알르, 네덜란드 포케르, 독일 MBB등 외국 항공사와 기술제휴에 의한 면허생산 또는 공동제작해 온 기종만 해도 CN235 NB412 NSA330 NBO105등 7종에 이른다. 이들 기종은 현재 자국 항공사인 메르파티 누산타라를 비롯, 구당 가람(담배회사) 교통부등 31곳의 국내 기업 및 공공기관에 공급된다. 또 태국 프랑스 사우디등 세계 26개국에도 수출되고 있다.
IPTN 부사장이자 N250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코 사르고노씨와 부책임자인 주스만씨는 판로문제에 대해 『하비비장관이 미주 6개지역에 N250―100 조립공장 건설을 위해 이미 조사평가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시장판매의 첫걸음으로 98년까지 현지에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 연 48대를 그곳에서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년뒤 미국에는 보잉사, 아시아에는 IPTN이 있을것』이라는 이곳 관계자의 말에는『우리도 기술대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반둥=남재국기자】
◎인니 경제정책 기술개발 최우선/첨단산업·중공업에 역점/국가발전 장기계획 수립
지난해 3월 단행된 인도네시아의 개각은 기술개발에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당시 연속 6선에 성공한 수하르토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경제관련 각료들을 대폭 물갈이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경제를 좌지우지해왔던 소위 「버클리 마피아」가 물러나고 하비비과학기술처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하비비 사단」이 대거 입각했다.
미국 버클리대출신 테크너크랫들의 집단을 통칭하는 버클리 마피아는 지난 67년 수하르토의 첫 집권후부터 시작된 제1차 25개년 장기경제개발계획의 주역들이었다. 농업이나 중소기업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육성한후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버클리 마피아의 경제발전이론은 그동안 인도네시아 경제정책의 주조를 이뤄왔다.
그러나 지난번 개각으로 경제정책 수립의 전면에 나선 하비비사단은 첨단산업과 중공업에 곧바로 진출해야만 국가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제2차 장기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청바지를 팔아서 어떻게 과학기술을 살 수 있겠는가. 단계적 접근으로는 해낼 수 없다. 직접 그 분야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된다』 하비비와 그의 동조자들은 단계적인 경제개발의 경우 발전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대만등 이미 앞선 개발도상국들을 추월하기 힘들다는 신념에 차있다.
사실 인도네시아가 소득 1천달러가 안되는 후진국이면서도 항공기생산기술을 독자개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것도 이들 하비비사단의 「공로」이다.
하비비는 자신에 대한 수하르토의 깊은 신임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처장관으로 있으면서 오래전부터 선진기술 도입정책을 펼쳐왔다. 국영기업체중 항공기제작공사 조선공사 무기제작공사등 기술산업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비비의 야심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하비비는 유능한 경제전문가이다. 사실상 그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제2차 장기계획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는 인도네시아 경제주간지 와르타 이코노믹지의 요욕 위도요코 부편집장의 코멘트는 하비비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자카르타=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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