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가 김호길총장의 타계로 공석중인 후임총장을 공개모집키로 했다고 한다. 대학은 이를 위해 전체교수투표로 총장추천위원을 맡을 9명의 교수와 재단임원 3명을 선출,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추천위원회는 국내·외에서 총장후보감 4∼5명을 선정해 대학재단인 제철학원이사회에 천거, 재단이 임명케 된다는 것이다. 전국 1백51개 4년제 대학중 95%에 가까운 대학들이 교수들의 직선으로 「복수총장후보」를 선출, 재단에 천거해 임명토록 하는 직선총장제가 최선인 것처럼 유행하는 요즘에 「공개모집총장제」를 시도하겠다는 포항공대의 용기는 역시 「한국의 MIT」를 지향하는 포항공대다운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건학이 7년밖에 안됐지만 석학과 유명교수등 2백여명이 넘는 교수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포항공대에 어찌 총장감교수가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장재목」을 국내·외에서 두루 공모하려는 뜻은 보다 나은 대학발전에 기여할 총장을 찾기 위함이라니 우리는 대학을 발전시키려는 그 대학인들의 충정에 신선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6·29선언 이전까지만해도 대학총장선출은 국·공립은 정부가, 사립은 학교재단에서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임명제뿐이었다. 6·29선언 이후 대학의 자률화와 민주화란 시대조류속에서 대학총장선출방식은 교수 직선으로 획일화되다시피했다. 직선만이 민주화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직선총장제는 일방적인 임명제 만큼이나 부작용과 잡음이 뒤따라 그것 역시 최선의 방안이 못된다는 것을 우리는 요 몇년 사이에 확실하게 체험했다. 지방의 몇몇 국립대와 서울의 한 명문사학이 겪고있는 직선총장제의 후유증은 너무나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직선총장제는 선거과열로 선거기간동안 대학행정의 마비, 인맥·학연에 따른 파벌조성, 보직약속과 공약남발로 인해 선출된 후의 총장의 운신제약, 인사권 박탈에 따른 재단의 의욕상실, 교수들간의 갈등과 반대편 당선으로 학내분열등의 선거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선거에만 능한 무능력 총장의 선출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이제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인 것이다.
따라서 직선제나 임명제중 양자택일식보다는 대학의 실정과 건학이념에 맞는 다양한 총장선출방식이 개발될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때문에 포항공대가 미국등 선진외국에서 택하고 있는 「총장공모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겠다는데 대하여 우리는 적극 찬성의 뜻을 표하게 되는 것이다.
명지대학이 최근 외부인사총장선출에 문을 트기도 했지만 이제 대학 총장은 꼭 학내 교수로만 고정하는 식의 선출범위제한은 철폐되는 것이 대학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선진외국에서 보듯이 지금은 총장의 권위보다는 경영능력이 중시되는 「경영총장시대」이기 때문이다. 포항공대의 「공모총장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우리대학들의 총장선출방식의 다양화를 선도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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