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자문기구인 농어촌발전위원회가 24일 내놓은 농정개혁방안에 대한 실망의 소리가 높다. 75개항의 건의안은 개혁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지금까지 거론된 내용의 재탕이 대부분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문제들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얼핏 살펴 보아도 그런 대목들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이번 보고에서 관심을 끌었던 농지소유 및 이용에 대한 규제 강화는 농발위의 최종 전체회의때까지도 들어 있지 않았던 조항이었으나 보고서가 인쇄에 들어가기 바로 전날 추가됐다. 또 전체회의는 추곡수매 국회동의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결정했으나 이 건의 역시 인쇄당일 새벽에 삭제됐다. 농발위는 또 협동조합의 정치적 중립조항을 삭제할 것을 건의키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으나 대통령에 대한 보고 전날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이같은 일들은 지난 2월 출범후 최종 보고서를 만들 때까지 약 4개월간「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새벽까지 토론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농발위의 설명을 한순간에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농발위의 보고서는 결국 농민들에게 농정의 불신만 다시 한번 가중시키는 결과만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게 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설자리가 없어지게 된 우리농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적 기대를 받으며 출범한 농발위가 왜 이처럼 졸속 농정개혁안을 내놓게 됐는지 구체적 과정은 알 수가 없다. 다만『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에 대해 절대로 양보하지 않은 위원들이 많았다. 농정개혁보다는 자기의 주장이나 자기단체의 이익만 내세우는 위원들도 많아 결투장 같았다』고 한 농발위원이 털어놓은 뒷이야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짐작 할 수 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시각에서 벗어나 농민과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농민단체와 학계 언론계 재계 소비자단체등 각계각층의 인물로 구성한 농발위가 일부위원들의 고집에 가까운 주장으로 이번만은 확실한 농업대책이 만들어지기를 열망했던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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