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근에 국제화, 개방화를 마치 유행어처럼 쓰고 있다. 그런데 국내시장이 개방되고 경제가 국제화되면 상품과 서비스, 노동과 자본등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한다. 이에 따라 기업간의 경쟁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국제경쟁력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한경쟁시대에는 기업이나 민간부문만이 대외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또는 적어도 기업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정부도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과거에는 정부나 관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기업을 규제와 행정절차등으로 묶어 놓고 조세 준조세, 각종 비리로 제약과 부담을 줄 수 있었다.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방화, 국제화가 진전되면 그럴 수는 없다. 기업들은 「규제의 그물」을 피해서 해외로 도피할 것이다. 말하기 좋아서 기업의 해외투자이지 실제로는 정부규제가 덜하고 투자여건이 나은 나라로 도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정부도 다른 나라 정부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간에 정부도 국내의 규제수준을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더 이상 규제자로서 군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행정서비스를 개선하고 기업과 국민에 봉사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관료조직이라는 주장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늘날 선진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가 외국자본과 기업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투자환경을 마련하고 기업을 우대하기 위해서 서로 다투어 규제를 줄이고 세금감면 및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그들의 지방으로 투자와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경쟁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근래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오히려 대폭 줄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의 투자환경이 열악하고 특히 정부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결과 신규투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기왕에 국내에 들어왔던 외국자본도 철수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국내기업들이 시설투자를 주저하고 해외로 나가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앞으로 해외로 철수하거나 도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정부는 과연 누구를 상대로 행세하겠는가. 국제화와 경쟁력강화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규제를 관료의 재량권, 기득권처럼 여기고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것만 능사로 여긴다면 국내의 산업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관리들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모처럼의 정부규제완화 노력이 조속히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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