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난제풀 선물 내심기대/민주/국정순항위한 야대표 예우/청와대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민주당대표간의「5·28영수회담」이 경색정국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있다.
최근의 정국이 국정조사,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북한핵발언파동 등으로 긴장국면을 띠고있다는 점에서 이번 영수회담이「의전용」에 그칠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국정조사의 문서검증·수표추적을 둘러싼 여야공방이 감정대립으로까지 비화되고있는 상황이기때문에『회담에서 뭔가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예단마저 나오고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발표는『김대통령이 러시아방문의 배경을 설명하고 북한의 실정과 대북정책을 알리고싶다는 뜻을 전했고 이를 야당이 받아들였다』(주돈식공보수석)는 내용에 그쳤다. 문맥상으로는 러시아순방 및 북한핵이라는 외교·국방문제만이 의제이고 민감한 국내 현안은 의도적일만큼 배제돼있었다.
이처럼 외교·국방만을 부각시키는 설명이 청와대의 내심일 수도 있다. 김대통령이 미·일·중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해 「4각외교」를 마무리짓는 의미있는 시점에서 야당대표와 대승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 전부일 수 있다.
하지만 경색정국의 실상을 잘 아는 청와대측이 국내현안을 완전히 도외시하고있다고는 볼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배경설명에서 정국을 상당히 염두에 두고있는 흔적이 군데군데 드러나고있다. 그리고 정국을 푸는 첫「착점」을 야당대표에 대한 예우임을 분명히 하고있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과거 대통령의 외국순방에 앞서 영수회담이 열린 적이 없다. 사전설명은 야당대표를 국정동반자로서 최대한 예우하는 조치』라고 회담의 성격을 규정했다. 서청원정무장관도『꼬여있는 정국을 정상으로 돌려놓기위한 성의와 노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사전영수회담이라는 이례적 형식을 통해 이대표의 위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높여주려하고 있는듯하다. 청와대측은『지난 3·11 영수회담때 이대표에 대한 홀대가 정국운용을 얼마나 뒤틀리게했는지 잘 알고있다』고 말하고있다. 이대표의 위상강화는 청와대측이 향후 국정운영에서 이대표를 파트너로 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있다고 볼 수 있다.
이대표도 김이사장의 발언파동, 청와대와 동교동계의 공방전에서 소외되는 「아픔」을 경험했기때문에 영수회담을 통해 지도력의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앞으로는 청와대가 야당대표를 도외시하는 행태를 보이지않을 것이라는 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외교현안에 대해 추상적인 논의만을 주고받는다면 이대표는 지난 3·11영수회담때보다 더 큰 비판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간 논의를 보면 이같은 예상을 어렵지않게 하게된다.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은 『국정조사의 수표추적과 문서검증에 대해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야한다』 『의제나 결과를 어느정도 조율하지않고 밥만 먹는 회담이라면 갈 필요가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전적 회담이 가져올 결과를 청와대측이건 이대표측이건 모를리 없다. 전후사정을 알고있는 양측이 회담에 합의한 것은 또다른 해석을 가능케하고있다. 회담이 정국경색의 원인인 국정조사의 난제들을 극적으로 풀어버릴 가능성이 있지않느냐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대통령이라고해서 수표추적등의 법적 문제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정조사에 당력을 집중하고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영수회담에서 아무런 「선물」도 주지 않는다면 정국은 지금보다 더 큰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우려섞인 예측이 회담의 이면에 시선을 쏠리게하고있는 것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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