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제 유-이비르나 리지 남녀주연상/이 나니 모레티 최우수감독상 영예【칸=한기봉특파원】 미국의 신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31)이 만든 갱영화 「펄프 픽션」이 23일 밤(현지시간) 폐막된 제4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았다.
프랑스의 원로여배우 잔 모로가 사회를 맡은 이날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대상은 중국 장예모감독의 「인생」과 러시아의 니키타 미할코프감독이 만든 「태양의 기만」이 공동수상했으며 심사위원상은 이탈리아 나니 모레티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인 「소중한 일기」에 돌아갔다. 모레티감독은 이 영화로 최우수감독상도 함께 수상했다.
최우수남우상은 중국영화 「인생」에서 열연한 제 유, 최우수여우상은 프랑스영화 「마르고여왕」(파트리스 샤토감독)에서 메데치가의 카트린역을 맡은 이탈리아 배우 비르나 리지가 각각 차지했다.
한편 미국의 독립프로덕션인 미라맥스사가 출품한 「펄프 픽션」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데 대해 영화평론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관객들 사이에도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외신들은 「충격」이라고 전하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의 외면속에 치러진 이번 영화제에서 영화전문가들은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폴란드출신 크쥐쉬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감독의 「레드」나 장예모감독의「인생」, 조엘 코헨감독의 「허드서커의 대리인」등이 수상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었다.
수상자인 타란티노감독 자신도 『「펄프 픽션」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만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다』며 뜻밖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시상식장에서는 「펄프 픽션」의 수상이 발표되자 관중석에서 한 여인이 뛰어나와 타란티노를 비난하며 소란을 피우다 대회관계자에게 끌려나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잔인·기괴한 내용 주로 다뤄 「피의 시인」 별명/「펄프 픽션」 타란티노감독
「펄프 픽션」으로 예상을 뒤엎고 올해 칸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따낸 쿠엔틴 타란티노는 평론가들로부터 「피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감독이다. 그는 2년전 칸영화제에 「저수지의 개들」을 출품, 국제영화제에 첫선을 보였는데 잔인하고 기괴한 내용으로 평론가들사이에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펄프 픽션」은 「내일을 향해 쏴라」등 할리우드 갱영화를 짜깁기한듯한 액션물로 흑인과 동성연애자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이 많아 이번 영화제에서 일부평론가들로부터 편협한 시각의 3류갱영화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존 트래볼타, 브루스 윌리스, 하비 케이텔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 눈길을 끌었다.
이 영화의 수상에 대해 영화제주변에서는 프랑스영화계가 가트협상이후 유럽에 등을 돌리고 있는 할리우드를 달래기 위해 유화제스처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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