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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선언 「효력문제」 정면제기/이 부총리 잇단발언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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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선언 「효력문제」 정면제기/이 부총리 잇단발언 안팎

입력
199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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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우리측립지 마련/“선언이행 불균형 심각… 따질때 됐다”/대미·일 「조건부 핵주권선언」측면도 91년12월31일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효력문제는 북한 핵개발의혹의 증폭과 함께 의문이 끝없이 제기되면서도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언급할 수는 없었던 「판도라의 상자」였다. 이홍구부총리의 외교안보팀이 새로 출범한 뒤 정부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대미관계를 비롯한 국제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 문제를 과감하게 열어젖히기 시작, 정면으로 현안화하고 있다.

 23일 이홍구부총리가 국회 외무통일위 답변과정에서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유효성문제에 언급한것은 남북간의 기존합의사항을 원점에서부터 명확히함과 동시에 북미3단계회담이후 핵문제해결의 추이과정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에 우리측의 입지를 주장키 위한 협상전략이 담긴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을 계속 유지할 경우 비핵화공동선언을 새로운 각도에서 논의할 수 밖에 없다』는 그의 발언은 비핵화 공동선언의 조문에 비춰볼 때는 당연한 원칙론이다. 비핵화공동선언 3조는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이부총리의 발언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 추가핵사찰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북한의 방사화학실험실이 곧 핵재처리시설이라는 명확한 판정이 필요하기는 하다.

 이부총리는 이에앞서 지난 12일의 한국편집인협회 초청간담회에서 『북한에 핵무기가 단 반개라도 있는것이 확인되는 순간 한반도비핵화선언은 무효』라고 단언,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 이 발언은 이번 「재처리시설」발언보다 더욱 당연한 원칙론이다. 정부관계자는 비핵화선언의 효력을 「핵무기」와 연계한 앞서의 발언이 『여파의 정도를 관측키 위한 시험발언』이었고 「재처리시설」을 연계한 이번 발언은 『이부총리의 소신을 더 구체화한것』이라고 설명, 이같은 언명들이 일관성있게 나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지난해 10월8일 김시중과기처장관은 국회경과위 답변에서 『평화적 목적이라면 핵재처리가 필요하므로 비핵화선언의 수정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발언했다가 질책을 받은 뒤 곧바로 취소된 적이 있다. 이에따라 비핵화선언의 유효성문제를 스스로 현안화하고 있는 현재의 자세는 정부로서는 큰 변화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변화는 현재 북한과 미국간에 진행되고 있는 핵협상이 타결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우리측은 협상을 사실상 미국측에 완전히 일임하고 있어 새로운 지렛대가 필요해졌다는데 큰 원인이 있다.

 특히 이번 3단계회담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복귀와 미신고시설사찰에 합의하더라도 연료봉사찰결과 북한의 과거 1∼3개 핵개발사실이 밝혀질 경우 한미간에는 이해의 차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정부로서는 3단계회담까지는 북미간 2자협상에 해결을 맡겨 단순화하되 사후보장책으로 비핵화선언의 재검토, 팀스피리트훈련, 경수로지원 참가등의 도구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이중 명분과 실효 양면에서 가장 좋은것은 비핵화선언의 재검토라는것이다.

 이부총리는 24일 보충설명을 통해 『비핵화선언이 반드시 지켜져야한다는 뜻이며 미국등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북한이 이를 위배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라고 밝혀 이 선언을 적극적으로 깨지는 않겠다는 핵정책의 분명한 한계를 그었다. 말하자면 이부총리의 발언은 북한뿐아니라 미국, 일본등에 대한 「조건부」 또는 「소극적 핵주권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선언은 91년11월18일 ▲핵무기 제조· 저장· 사용금지 ▲재처리시설 불보유 ▲핵무기제거를 위한 국제적 노력참여등 3개 비핵화정책 천명, 12월18일 핵부재선언과 92팀스피리트훈련중지등 우리측의 일방적 주도끝에 12월31일 채택되고 다음해 2월19일 발효됐다. 이후 우리측은 핵재처리 기술개발조차 포기한 반면, 북한에서는 플루토늄을 얼마나 추출했는가가 문제되고 있는 불균형상태다. 기본합의서와 비핵화체제발족이후 남북한 양측의 공과를 본격적으로 따져야할 때가 온것만은 사실인것같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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