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공대립 탈피 국가의 균형발전 도모/농지규모화-소유규제강화 모순내용도 농어촌발전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농정개혁에 대한 건의안은 농지 양정 유통 가격정책 농어업인력양성 협동조합 농어촌산업발전 농어촌생활환경등 우리 농촌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망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UR타결등으로 위기에 처한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농업 및 농촌정책을 그동안의 농공대립적 차원에서 국가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차원으로 전환하고 단순한 증산위주정책에서 벗어나 농어민의 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75개항목에 이르는 이번 농발위보고에 대해 일부 항목은 『서로 상충되는 농민들의 의견을 여과없이 제시한 것』이라거나 『학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지적이 없지 않아 그동안 농발위에 획기적 농정개혁안을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질병의 원인을 찾긴 했으나 제대로 된 처방전을 만드는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정의 기본축이라고 할 수 있는 농지 및 양정제도 개선에 대한 건의는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발위는 보고서에서 개방화 국제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자본의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농지의 소유와 거래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모순된 의견을 내놓았다. 농발위측은 농지의 소유 및 이용규제를 완화하면 투기가 유발돼 농지값이 상승하고 결국은 농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농업의 규모화가 시급하다는 그동안의 여론에 비추어 불충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투기목적으로 취득된 농지는 취득가격으로 국가기관에 매각을 의무화하고 대금은 채권으로 지불할 것을 건의한 것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투기억제라는 취지는 좋으나 투기목적의 농지를 가려내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영농법인의 출자자격을 농민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건의도 농업의 규모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농림수산부는 농업과 농촌에 도시자본을 유입키로 하고 영농법인설립의 출자자격을 비농민에게까지 확대할 것을 추진중이어서 이 부분은 더욱 주목되고 있다.
또 농발위는 양정제도와 관련해서는 추곡수매제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시장기능은 활성화할 것을 촉구했다. 추곡수매제로 인해 쌀의 시장기능이 크게 위축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율배반적인 건의임에 틀림없다.
협동조합개혁이나 정부조직개편 문제에서 농발위는 당초에는 원칙론에 입각한 강경입장을 고수하다가 점차 이익집단의 반발에 부딪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조원에 이르는 농어촌특별세의 배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방향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농발위의 보고가 이처럼 농두사미격으로 마무리된 것은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할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기도 하다. 저마다 소속된 사회적집단이 다르다보니 의견의 일치가 어려웠고 그러다보니 초점이 흐린 보고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농발위가 「합일된 의견」을 제시했으므로 이제 남은 일은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농어촌발전대책을 확정하는 것뿐이다. 정부가 농민들이 농업을 영위할만한 직업으로,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여길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과연 어떤 방안을 도입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박영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