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여야영수회담이 열린다니 우선 반갑다. 오랫동안 막혀있던 대화가 터진다니 다행스럽고 그 자리에서 국정현안들이 차원 높게 논의될 것으로 보아 기대 또한 적지않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오랜 정치경색은 지난 3월 청와대 영수회담 결과로 빚어지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민주당대표는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무려 9개월만에 회동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서로간에 충분한 사전준비와 치밀한 조율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손으로 돌아간 이대표는 청와대의 홀대에 섭섭함을 공개적으로 토로하면서 여야간의 감정대립이 깊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강경대치 정국의 장기화는 결국 정치불재라는 달갑지 않은 현상을 가져왔다. 이 틈새를 이용해서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아시아태평양재단이사장이 여러가지 대내외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신 양김시대」 도래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겨났고 이대표의 립지실종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 모두가 그동안 여야관계의 대화단절로 빚어진 현상이었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정치상황을 정상으로 환원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오는 28일의 여야 영수회담이 갖는 의미는 크다. 우리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영수회담을 통해 교착 정국을 푸는 돌파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한바 있지만 때마침 김대통령의 러시아방문이라는 계기를 잡아 뒤늦게나마 성사된것을 환영하고 싶다.
뒤틀려가는 정치상황에 오랫동안 짜증을 내왔던 국민들이라 이번 영수회담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랑할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지는 것이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당면한 북한핵문제를 비롯하여 통일 안보 외교현안들이 여전히 국민들의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상무대사업 관련 정치자금설을 조사하기 위한 국회활동도 지지부진해서 국민들의 불평을 사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정부기관도 여럿 있다. 농안법파동등으로 표면화되었던 민생문제도 국민이 우려하는 일상사의 하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토록 세차게 불어 닥쳤던 개혁바람의 향방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식의 밑바닥, 일상생활의 저변까지 파고 들지 못한 개혁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개혁은 여기서 중도하차인가. 그리고 한창 논란을 빚어왔던 공무원들의 복지불동자세에 대해서도 점검이 있어야 할것이다.
국정현안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고 각 분야에 대한 의견을 기탄없이 교환하고 정리함으로써 국민들이 앞을 내다보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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