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과거 극복” 연설… 야 우려눈길 23일 7대 독일 대통령에 집권 기민당의 로만 헤르초크 연방헌법재판소장이 선출되자 콜 총리는 『좋은 전조』라며 『5월에 뿌린 씨를 10월에 거두게 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오는 10월16일 총선을 앞두고 집권 3기를 노리고 있는 콜 총리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순간이다.
정치분석가들은 헤르초크가 패배했다면 콜의 재집권에 큰 타격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민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들어 기민·자민당 보수연정이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대통령 선거결과가 철저한 내각제인 독일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은 아직 없다. 오히려 독일통일 이후 처음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독일의 향후 행보와 관련하여 대외관계 등에 그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콜 총리정권의 장래와의 연관을 따진다면 오히려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이 독자후보를 냄으로써 대통령 후보를 둘러싸고 집권연정 안에서 내분을 빚었다고도 할 수 있다. 콜총리는 당초 야당인 사민당의 요하네스 라우(63·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를 후보로 밀려고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자신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콜총리는 이제 독일통일을 상징하기 위해 구 동독 출신을 국가 수반으로 뽑아야 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콜 총리가 선택한 작센주 법무장관 스테판 하이트만은 여성, 외국인, 독일의 과거 등에 대해 여러차례 부적절한 언급을 함으로써 말썽을 빚었다.
하이트만이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자 콜은 불가피하게 헤르초크로 돌아선 것이다.
사실 2차 대전후 독일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의전상의 의무를 가질뿐 실권은 별로 없다. 외교관계도 외무장관이 실질적인 권한을 수행하고 연방재판관, 공무원, 장교 등에 대한 임면권과 사면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독일대통령은 도덕적인 지도자로 인식돼 왔다. 특히 현 바이츠제커대통령(74)은 2선 임기 10년동안 「나라의 양심」으로 국내외에서 존경받아 왔다. 그러나 7월1일부터 집무를 시작하는 헤르초크 대통령당선자는 대통령직 수락연설에서 독일인들은 나치 과거에 대해 너무 『긴장하고 있다』며 독일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책임을 맡으려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해 야당의 우려를 샀다. 통독후 최초의 대통령 선출자인 헤르초크가 얼마나 대통령다운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거리다.【파리=한기봉특파원】
◎헤르초크는 누구인가/보수성향 현연방헌재소장/지명도 낮으나 포용력 장점
제7대 독일연방 대통령이자 최초의 「통독대통령」으로 선출된 로만 헤르초크(60)는 보수와 진보적 성향을 함께 지닌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는 정치경력이나 지명도면에서 경쟁자인 사민당의 요하네스 라우 후보에 못미쳤으나 초당파적 포용성과 솔직담백한 언행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1934년 바바리아주 란츠후트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뮌헨대에서 법학을 공부한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그에게 정치입문을 권유한 사람은 헬무트 콜 총리. 73년 당시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지사이던 콜총리는 그를 주의원으로 발탁, 정치와 인연을 맺게됐다.
80년대 초반 바덴 뷔르템부르크 문화·내무장관등을 거치는 동안 그는 『시위로 인한 경찰측 소요경비를 시위대에 물리자』는등의 강경주장으로 「최루탄장관」 「융통성없는 보수주의자」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특히 최근 시사주간지 포쿠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오로지 독일인 혈통을 지닌 사람들만이 독일국민이 될 자격이 있다』는 국수주의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7년간 연방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외부입김을 잘 차단, 정치적 명망을 쌓아왔다. 하지만 그가 과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모든 덕목을 법관으로서의 경험으로 채워나갈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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