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학자 임전혜씨 「조선인 문학…」출간/천8백44편 추적정리… 귀중한 자료/주요한습작·김사양·장혁주작품 “눈길” 해방전까지 일본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문인의 족적을 추적해 사장됐던 자료를 찾아내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한 연구서가 일본에서 발간됐다. 「일본에서의 조선인 문학의 역사」(법정대출판국간)란 제목의 이 책은 도쿄에서 태어나 호세이(법정)대에서 일본문학을 전공,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교포학자 임전혜씨(57·여)의 20여년에 걸친 노작이다.
이 책은 메이지유신 후 조선에서 건너온 유학생들이 동인지를 만들어 문학활동을 하던 1900년대부터 일본문단에 본격적으로 등단하고 활동하던 해방까지를 꼼꼼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의 우리 지식인의 시대정신과 역사관, 근대문학을 태동시킨 초기문인들의 의식과 고뇌를 이해하는 데 풍부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덕목은 지금까지 나온 국내의 어느 책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풍부한 자료와 새로운 작품의 발굴이라고 할 수 있다.
20여년이 걸렸던 것도 일본 전역의 고서점에 흩어져 있던 조선문인들의 작품을 일일이 수거한 후 연대별, 주제별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조선인 문학은 1883년 통신사 일행으로 온 이수정이 「농업잡지」 180호에 기고한 수필 「사전설」이 효시이며, 주요한이 일본에 많은 습작을 남겼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해방전까지 일본에서 활동한 조선 문인의 작품 1천8백44편을 빠짐없이 정리한 부록은 국내학자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은 장혁주와 김사량이다. 장혁주는 32년 「개조」지에 「아귀도」라는 작품이 당선, 일본문단에 등단한 이후 「쫓기는 사람들」등 주목받는 작품을 잇달아 발표한 조선인 문인이었다.
또 김사량은 「문예수도」에 「빛 가운데로」를 발표, 39년 「제10회 아쿠다가와(병천)상」 후보에까지 오른 재능있는 소설가였다.
장혁주가 고국의 청년들을 전쟁으로 내모는 친일문학의 선봉에 섰다가 결국 귀화까지 하는 전락의 길을 걸은데 반해, 김사량은 일본경찰에 체포돼 조선으로 추방된 뒤에도 항일운동을 계속했다.
호세이대에서 일본문학을 강의하다 평론활동을 하고 있는 임씨는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어떤 문학활동을 했는가를 체계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나의 1차 연구목표였다. 다음 목표는 일본작가들이 자국의 식민지정책에 호응, 어떤 형태로 작품 속에서 이를 구현하고자 했는가를 밝히는 연구서를 내는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도쿄=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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