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실패로 거액손실 속출/선진국 “시장안정 해친다” 규제목소리 높아/국내규모는 아직 미미… 타산지석 삼아야 최첨단 금융상품으로 불리는 「파생금융상품(DERIVATIVE)」이 전세계금융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거래규모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잘못된 금리·환율예측으로 순식간에 수억달러의 손해를 입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위해 파생금융활성화를 주장하던 선진국들도 이 때문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투기성 파생금융거래에 대해 감시와 규제의 고삐를 조여나가고 있는 추세다. 아직 국내에선 파생금융의 개념조차 생소한 실정이지만 금융개방과 외환자율화의 진전속에 거래규모는 늘수밖에 없어 선진국 파생금융거래의 성공과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이란 장래의 환율이나 이자율 주가등의 변동으로 인한 손실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거래상품. 미래에 환율이나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정기간후 일정 환율이나 이자율로 돈을 사고 팔겠다」는 식으로 거래계약을 맺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이 1천만달러어치의 물건을 수출한뒤 바이어로부터 6개월후에 대금을 받기로 했는데 달러환율이 오르면 많은 이익을 보지만 지금보다 떨어질 경우 그만큼 손해를 본다. 이 때문에 기업은 미리 달러매매계약(선물환)을 맺어 환율하락에 의한 손해를 막는다. 파생금융상품은 「보험성 금융상품」인 셈이다.
그러나 「리스크방지」를 위해 출발한 파생금융상품에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성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86년 1조달러에 불과하던 세계시장규모가 8년여만에 약 12조달러로 급팽창했다. 종류도 이자·환율·주식등에서 각각 선물 스와프 옵션등 기본상품외에 응용상품까지 합치면 약 1천2백여개에 달한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정확한 환율·금리전망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는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예측실패로 엄청난 손실을 보는 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의 민간투자기금인 「소로스」는 올해초 엔화환율예측실패로 단 이틀만에 무려 2억달러를 날렸다. 또 미P&G사와 깁슨·그리팅사는 BTC은행과의 스와프거래에서 각각 1억5천7백만달러와 1천7백만달러의 손해를 입고 은행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총재들은 최근 『시장안정을 해치는 투기성 파생금융을 계속 감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며 미의회도 『대규모 손실로 투자자들이 도산할 경우 관련기업의 파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강력규제를 건의하고 있다.
해외자본시장과의 사이에 장벽이 놓여있는 국내에선 이 첨단금융거래규모(1·4분기중 1천71억달러)는 아직 미미하지만 금융개방과 외환자유화추세속에 점차 늘고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관계자는 『현재로선 금융선진화를 위해 파생금융거래를 육성해야하나 외국처럼 수천만달러씩 손해를 보는 경우도 서서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외환자유화가 완전시행되면 금리나 환율예측능력이 떨어지는 은행·기업들은 일순간의 투자실패로 도산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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