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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편성은 “약속” 마구 어겨도 되나(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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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편성은 “약속” 마구 어겨도 되나(TV평)

입력
1994.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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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토요명화」 예고없이 변경… 시청자들 어리둥절 방송의 편성은 시청자에 대한 중요한 약속이다. 따라서 방송사는 그 약속을 신중히 검토해 결정하고, 일단 결정했으면 아주 중대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한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방송사는 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거나 사소한 문제만 있어도 뒤집기 일쑤다. 지난달 있었던 KBS 1TV의 프로야구 긴급편성이나 지난 21일 「토요명화」의 방영영화가 예고없이 갑자기 바뀐 것은 좋은 예다.

 21일 하오9시 「토요명화」를 본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이날 원래 방영하려던 외화는 이언 배리감독, 스티브 비슬리주연의 「공포의 두시간」이었다. 80년 호주에서 제작한 것으로 핵폐기시설에 근무하는 한 젊은이가 지진으로 인근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을 알리려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KBS는 당초 최근 북한 핵문제가 첨예한 관심사항이고 오는 6월4일이 환경의 날이어서 핵공포와 환경보호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긴장과 정의가 담긴 이 작품을 방영키로 했었다. 

 그러나 KBS는 갑자기 과거 방영했던 앤터니 퀸주연의「사막의 라이언」으로 바꿔 내보냈다. 이유는 국내외적으로 핵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진이라는 가상을 설정, 핵을 흥미위주로 다루는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현재 경남 양산에서 핵폐기물지하보관소 설치문제를 놓고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는데다 한전측의 항의가 예상되는 것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방영되고 안되고는 내용상 시청자들에게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당초 방영 여부를 좀더 신중히 검토한후 편성을 결정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방송이 성의부족이나 사소한 입김으로 시청자에 대한 약속을 더 이상 어기지 않는 편성·제작진의 자세가 필요하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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