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대 비주류」 양상 떠나 연고공략/「당직순환론」에 “겨우 1년했다” 반박 민주당차기총무는 누구인가. 경선일(27일)이 다가올수록 판도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형국이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입을 다물고 있어 후보자인 김태식총무와 신기하의원조차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김총무와 신의원이「자기 표」로 여기는 의원을 합하면 의원 숫자(96명)를 훨씬 넘는 1백50명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다분히 혼전인 셈이다.
경선을 한달정도 앞둔 초반만해도 경선구도는「주류 대 비주류의 승부」로 규정됐었다. 그러나 경선을 목전에 앞둔 지금은 역할논쟁 학연 지연 등의 다양한 변수가 개입, 단순히 계파대결로만 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물론 총무경선이 내년의 전당대회와 맞물려 있어 당내역학구조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영향력의 정도가 지난 총무경선보다는 약해진게 사실이다.
판세를 혼전분위기로 만든데는 신의원의 저돌적인 선거운동이 한몫했다. 신의원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여러차례 접촉하며『당직은 돌아가며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일부 당직에 소외된 의원들에게『야당은 자리가 적기 때문에 두루 기회가 가야한다』고「동병상련」의 심정에 호소했다. 이같은「당직 순환론」은 의외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광주·전남출신의원들에게는 지역연고를 은근히 부각시켰고 광주일고·전남대 출신의 동문들에게는 학연의 유대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김총무는 그동안 상무대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간의 대치로 선거운동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 그 틈새에 신의원의 기세가 의외로 올라가자 김총무측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총무는 신의원의「당직 순환론」에 대해 『이철전총무의 잔여임기 1년밖에 하지 못한 경우를 당직독점으로 몰아가는 것은 감정적 선전술』이라는 반박주장을 의원들에게 하고 있다. 김총무는 아울러 지난 1년간의 평가로 재신임여부를 결정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날치기통과저지, 안기부법개정, 상무대국정조사등 역대 야당총무의 업적에 결코 손색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논리를 내세우며 김총무 역시 주류·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만나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 의원들에게 『형님, 동생』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김의원을 보고 한 의원은 『마치 도전자같다』고 말할 정도다.
또한 두 후보자의 부인들도 은밀히 의원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의원부인들의 모임을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두 후보자가 무차별 접촉을 벌이자 대다수 의원들은『마음을 정했어도 밝히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지난22일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미국방문을 수행하고 돌아온 유인학의원은『귀국하자마자 두 후보자가 전화를 걸었고 23일에는 회관사무실로 찾아왔다』면서 그 열기를 설명했다.
서로 우세를 장담하는 판세속에서 관심은 주류·비주류의 역학구조가 어느정도 재생될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이기택대표 진영이나 동교동계가 지난 경선때처럼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지 궁금한 대목이다.
아울러 이번 경선에서 의원들의 표가 계파 전체의「내심」을 따를지, 개개인의 인연에 기울지도 향후 민주당의 흐름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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