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갈것 뻔해… 민영화 재고를”/재계에 파문… 정부선 “계획불변” 동부그룹이 23일 『26일로 예정된 한국비료 민영화를 위한 공개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 재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동부그룹은 이날 동부화학 손건래사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한비 민영화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손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한비의 민영화는 결국 삼성에 한비를 넘겨주는 것으로 귀착될 것』이라며 『한비 민영화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료산업 무시발상”
손사장은 정부의 한비 민영화계획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한비의 민영화는 비료산업의 특성과 현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정부의 안이한 발상』이라고 못박고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비와 동부화학을 하나로 합쳐 비료산업의 합리화를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민영화되는 한비를 놓고 삼성그룹과 경쟁을 벌여온 동부그룹은 최근「한비 민영화는 철회돼야 한다」는 요지의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펴왔었다.
○불참선언 시점주목
○…재계는 동부의 이같은 입찰포기 선언이 정부가 추진중인 경쟁입찰방식의 공기업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이의제기라고 보면서 앞으로 귀추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는 또 단순 경쟁입찰방식의 민영화가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키고 과당경쟁을 조장하며 정부의 신경제정책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동부의 한비 공개입찰 불참선언이 나왔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동부그룹이 이처럼 한비의 민영화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온 것은 한비를 동부화학에 합병시켜 비료산업을 그룹의 주력기업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비가 단순 경쟁입찰될 경우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있는 삼성과 경쟁이 안될 것이라는 자체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삼성그룹 “명예회복”
○…동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한비에 대한 기존 민영화방침은 변경될 수 없다』고 밝혀 한비입찰은 예정대로 실시될 전망이다. 또 삼성그룹은 『신청마감일인 24일중 입찰에 참여해 잃었던 명예를 다시 찾겠다』고 밝혀 한비 경영권참여의사를 분명히 했다.
○신경제정책 모순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동부의 한비입찰불참선언을 계기로『현 시점에서 한비의 민영화문제 뿐 아니라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기업민영화가 단순 경쟁입찰로만 실시될 경우 경제력집중완화, 업종전문화, 소유의 분산등을 골간으로 하는 정부의 신경제정책과 모순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주장을 펴는 이들은 특히 『현재의 민영화방식은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경영권을 확보해 중소기업의 참여가 원천봉쇄되며 데이콤의 민영화에서 보듯 재벌그룹간 과당경쟁만 초래하고 있다』며 『민영화의 기본취지에는 찬성하나 공청회등을 통해 동종업종을 경영하고 있는 기업에 참여기회를 한정하는등 바람직한 방안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부지분 조금앞서
○…한비는 65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삼성이 설립하고 공사에 들어갔으나 완공을 몇개월 앞두고 사카린 원료인 OTSA 2천4백부대를 백시멘트로 위장해 밀수입함으로써 물의를 빚었던 기업. 사카린밀수사건은 66년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회장이 『완공후 주식 1백%를 정부에 헌납하고 경영일선에서도 물러나겠다』고 선언토록 했으며 국회오물투척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이 회사는 완공후 정부가 운영하다 75년 공개이후 삼성과 동부가 주식매입에 나서 현재 산업은행 34.6%, 동부 30.8%, 삼성이 30.2%의 지분을 갖고 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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