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시마 라오 인도총리는 지난주 워싱턴에 도착해 자신이 받은 홀대에 대해 의아해했다. 이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은 라오의 전임자인 인디라 간디총리가 지난 71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고의로 45분씩이나 백악관 영접실에서 기다리게 만들었다.
이는 그가 부통령시절 간디에게 당했던데에 대한 앙갚음이었다. 그로부터 한달 뒤 인도와 파키스탄간에 전쟁이 터졌고 닉슨은 당연히 열렬한 반공국가인 파키스탄을 지원했다.
만약 클린턴대통령이 라오를 기다리게 했다면 이는 그가 일부러 의도했다기 보다는 대통령의 스케줄이 마치 「아에로플로트 항공처럼」 가변적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이같은 비고의적 냉대는 양국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취임후 지난 16개월동안 클린턴행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국가중 하나인 인도를 무시하는듯이 대해 왔다. 워싱턴―뉴델리의 관계는 찬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는 닉슨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지적되고 있다.
토머스 피커링대사가 임지를 뉴델리에서 모스크바로 옮긴지 14개월이 지나도록 미정부는 그의 후임을 임명하지 않았다. 지난주에야 미국은 프랭크 위스너국방차관을 주인도대사로 보냈다.
오랫동안의 대사공석 사태는 클린턴 미행정부가 인도의 우선순위를 형편없이 낮추어 보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인도인들은 미국이 인도의 카시미르 합병의 합법성을 부인하고 간혹 이 지역의 인권유린에 대해 비난하는데 격분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38대의 F16기를 파키스탄에 판매함으로써 인도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이번 라오총리의 방미초청은 이같은 인도인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악화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이 지나치게 파키스탄에 경도돼 있다는 점이다.
관료부패와 회교원리주의가 판치고 있는 파키스탄도 인권탄압 비난을 받고 있는 인도보다 떳떳한 나라는 아니다. 특히 인도가 최근 사회주의에서 탈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점도 주목할 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파키스탄에 핵무기 운반수단과 전투기등을 팔아먹는 것은 미국의 군비축소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핵보유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핵무장 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인도와 중국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결국 이 문제는 쌍무관계가 아닌 다자간의 차원에서 접근돼야 할 것이다.【정리=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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