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없어져 0.1%승부/CD만기 다양화 등 유리한 조건/은/입지축소… CP 등 순발력에 기대/투 은행과 투자금융회사들간에 금리전쟁이 벌어졌다. 『3단계 금리자유화대상중 단기상품자유화를 7∼8월중 단행하고 은행에도 표지어음취급을 허용하겠다』는 재무부방침으로 은행과 투금사들간 영역붕괴 일정이 확정됨에따라 두 금융권간에는 벌써부터 사활을 건 한판승부가 시작되고 있는것이다. 이번의 금리경쟁은 「0.1%의 승부」를 건「전쟁」이다. 지금까지 은행과 투금은 1∼2%의 뚜렷한 금리차이로 고객층이 서로 달라 그럭저럭 정면대결을 피해갈수 있었다.
그러나 업무영역을 차단하던 울타리가 제거되면 눈에 보이는 금리차와 차별화된 고객층이 더이상 존재할수 없게 돼 0.1% 수준의 미세한 금리차가 승부를 가르게 되는것이다.
3단계 금리자유화의 일부 조기시행 방침에 대한 해당금융권의 첫반응은 정반대였다. 은행들은 『단기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은 반면 투금사들은 『설자리가 없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번 조치는 확실히 은행권에 유리하다. 지금까지 투금과 맞싸울 수 있었던 유일한 은행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는 최저발행한도(현행 3천만원)가 낮아지고 만기(91∼2백70일)도 다양해져 보다 많은 여유자금이 몰릴것이다.
투금사의 더 큰 고민은 은행의 표지어음 취급허용이다. 표지어음이란 금융기관이 할인(대출)한 기업의 어음을 소액으로 쪼개거나 고액으로 묶어 판매(예금)하는 투금사의 주력상품. 예컨대 1억원짜리 어음을 할인한뒤 ▲2천만원짜리 5장으로 쪼개거나 ▲다른 5천만원짜리 어음과 묶어 1억5천만원에 파는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액면가와 만기대로 어음을 「분해조립」할 수 있는 표지어음을 은행권에 허용하면 결국 투금은 「밥그릇」을 빼앗기는것이나 다름없다. 투금권에선 벌써부터 「고사위기」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손완식중앙투금상무는 『입지는 좁아졌지만 투금이 살길은 0.1%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것뿐』이라고 말했다. 점포도 없고 부대서비스마저 약한 투금으로선 결국 금리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투금사들은 은행과의 금리싸움이 반드시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CD의 자유화폭만큼 CP도 자유화될텐데 현재 CD발행금리(연11∼11.5%)보다 CP매출금리(연12%대)가 0.5%포인트정도는 높아 당분간 금리우위는 지킬수 있다는것이다.
때문에 CD발행한도가 낮아지면 2금융권자금이 새로 유입되기보다 은행내 저금리 저축성예금이 고금리의 CD로 수평이동, 결국 은행으로선 자금원가상승→수지악화→대출금리인상의 악순환만 초래할것으로 보고있다.
은행들도 일본이 CD발행한도는 5천만엔으로 묶고 만기만 자유화(2주∼2년)한 예를 들며 CD발행가의 하향조정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투금사들은 또 『표지어음이 허용돼도 은행들이 할인·매출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엮어나갈수는 없을것』으로 보고 있다. 표지어음취급이 성공하려면 할인어음을 그 자리에서 쪼개거나 묶는 순발력이 필요한데 이같은 투금사의 노하우를 덩치큰 은행이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것이다.
은행관계자들도 『대출받기위해 며칠씩 기다려야하는 현재 체제로는 표지어음시장에서 당장 투금사를 누를수는 없다』며 기업고객이 많은 점포를 중심으로 투금사식 「순발력훈련」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은행과 투금간 장벽을 허물어도 금리경쟁력과 탄력성을 갖춘 투금권의 「요새」를 향한 은행의 공략이 단기승부로 판가름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리전쟁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공격, 투금의 방어」골격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투금측은 『빨리 종금사로 전환하라는 이야기인것 같다』고 투덜거린다. 이번 전쟁은 단기적으로는 금리싸움이지만 결국은 은행권을 중심으로한 「금융산업개편」의 신호인 셈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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