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일방통제에 이의 제기/본격 지방시대 열리면 빈발예상 경북 영일군이 최근 중앙정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사상처음 청구(본보 20일자 30면 참조)한 것은 지방자치의 본격실시를 앞두고 중대한 선례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는 『사안자체는 단순한 것같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실현에 중요한 장치인 권한쟁의심판의 가장 전형적인 사건』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해운항만청은 지난해 경북 포항일대의 광역개발사업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이 지역 어민들의 어업권 연장을 불허하도록 영일군에 지시한뒤 어민들에 대한 보상금 36억원은 영일군이 부담토록했다.
영일군은 이에 반발, 헌법재판소에 보상금지급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려달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것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중앙정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권한의 다툼이 있을 경우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유권적 권한선언을 하는 제도다.
유사한 제도로 지자체가 상급기관등의 부당한 처분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법적 구제를 요청하는 「기관소송」이 있지만 이는 ▲지자체가 정한 규칙등에 대한 감독청의 시정명령에 불복하거나 ▲지방의회의 의결이 부당하게 지자체의 권한을 침해했을 경우등으로 제한돼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전반적인 권한분쟁을 다루는 권한쟁의심판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이 제도는 88년 헌법재판소가 설치되면서 지자제 실시에 대비해 도입한것으로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 정당해산심판, 탄핵심판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5개 주요기능중 하나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권한쟁의심판청구가 없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공직사회의 경직된 분위기를 들고 있다. 자칫하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것 자체가 행정부내의 「집안싸움」으로 비쳐지기 쉽고 지금과 같은 중앙정부의 완전한 통제하에 지방행정이 이루어지는 풍토에서는 인사나 예산등 각종 불이익을 받을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는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돼 민간자치단체장이 탄생하고 본격적인 지방화시대로 접어들면 이같은 상황이 많이 일어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지방자치제의 생명은 민선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자치권한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따라서 지자제가 본격 실시되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에 권한 분쟁이 잇따를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한쟁의심판이 활성화된 독일이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등에서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연방정부와 주간의 권한분쟁이 주요심판대상이 되고 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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