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지도자로 부각에 촛점/잦은 친필서한… 혈육지정 강조 북한당국에서 김일성을 「할아버지」로, 김정일을 「아버지」로 이미지화하려는 작업이 진행중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16일 북한의 관영 중앙방송은 사리원시 구천유치원의 네살배기 민수영양이 김정일로부터 친필서한을 받았다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훌륭한 학생이 되시요. 1994·4·7 김정일』
최근 북한에서는 이처럼 짧은 단문으로 서명이 들어 있는 김정일의 서한에 관한 선전활동과 행사가 부쩍 늘어가고 있다. 친필서한의 대상은 점차 청년 학생층으로 젊어지는 추세이지만 민수영양의 경우처럼 유치원생에게까지 전달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앞서 7일에는 서해안에서 표류하다 구조돼 지난 2월1일 북송된 북한 인민경비대 김철진하사와 김경철상등병에게 이같은 친필서한이 전달된뒤 각 군부대별로 「김정일 친필서한 관철결의」 모임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나는 동무들이 적구(적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에서 체험한 귀중한 마음을 간직할 것을 굳게 믿는다』는 내용의 이 서한은 김하사등이 보낸 편지의 답신 형식으로 전달된 것.
내외통신의 집계에 의하면 김정일의 친필서한은 90년에 2회에 불과했던 것이 93년에는 8회, 올해들어서는 5월까지만 7번이 전달되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더욱이 친필서한의 전달을 계기로 전달식과 「충성경쟁운동」을 벌이는등 그 의미도 크게 부각해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행사가 김정일을 가부장적인 지도자로 이미지화하는데 초점을 모으고 있다는 것.
김하사가 보낸 편지는 군인의 입장에서 처음으로 김정일을 아버지로 호칭한 것인데 북한 방송에 의하면 한 편지속에 아버지라는 단어가 9차례나 나온다.
통일원 집계에 의하면 김정일에게 아버지 호칭이 주어진 것은 92년2월 조선소년단 전국연합 단체대회 선서문에서 김일성을 『자애로운 할아버지』, 김정일을 『경애하는 아버지』로 각각 부른 것이 처음. 이후 지난해 말부터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보급가요에서 『우리 아버진 김정일…』이라는 가사를 되풀이 주입하고 있다.
북한이 김정일을 「아버지」로 만들려하고 있는 것은 북한사회가 공산주의체제이면서도 유교적인 가부장제 전통을 뿌리깊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
이를 뒷받침하듯 김정일친필서한을 받은 대상중 학생과 군인등 청년세대가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구성국·최은아·전광성등 북한사회에서 이른바 천재 또는 수재로 불리는 학생들에게는 어김없이 친필서한이 전달돼 김정일과의 「혈육지정」이 강조, 선전되고 있다. 반면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선전보도에는 김일성에 대한 언급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세대는 김일성과는 무관한, 김정일과 맺어진 세대라는 것이다. 사상적으로 취약한 북한의 신세대들이 김정일의「사랑과 관심의 표현」에 얼마나 부응하고 효성을 보일지 관심거리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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